'巨野' 민주당, 채상병 특검에 방송3법·양곡법까지…입법 속도전
제22대 국회에서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11개 상임위원장을 확보하자마자 주요 입법과제 추진 속도전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다수 법안을 곧바로 상임위원회 심사 처리에 착수할 계획이다. 여당에서는 강경 일변도로 각종 법안을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의회독재'에 나섰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정청래 신임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 12일 오후 첫 전체회의를 열고 간사 선임과 소위원회 구성 안건을 의결한 뒤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안)'을 상정했다. 이날 전체회의에는 야당 의원들만 참석했다. 여당은 지난 10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상임위를 잠정 배정한 것에 반발하며 각 상임위 소속 의원 전원에 대한 사임요청안을 제출한 상태다.
법사위 야당 간사를 맡은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감안해 늦어도 7월 초까지는 (채상병 특검법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채 상병 순직 날짜가 7월 19일이고, 수사 외압 관련 통화 기록이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라 대개 1년이 지나면 통화기록이 말소된다"며 "수사 외압에 대한 진실이 묻혀질 수 있어 서두르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첫 회의를 소집하고 김현 민주당 의원을 야당 간사로 선임했다. 이날 회의는 22대 국회 첫 상임위 회의였는데 여당 의원들은 이날 역시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 회의를 시작으로 과방위에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처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전세사기특벌법' (전세사기피해자지원주거안정특별법 개정안) △'민주유공자법'(민주유공자예우관련법 제정안) △양곡법(양곡관리법) 개정안 등도 이른 시일 내 상임위 상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1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유공자법을 포함한 10개 주요 입법과제에 대한 당론 채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는 법사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직을 차지한 만큼 21대 때보다 주요 입법 과제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하반기 법사위원장이었던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각종 법안 상정을 거부한다며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을 통해 법사위를 우회해 법안을 처리하는 방법을 썼는데, 이 경우 숙려기간 등 때문에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됐다. 반면 22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은 상임위에서 야당 주도로 표결을 강행한 뒤 법사위도 사실상 '프리패스' 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채상병 특검법' 등 제정안은 국회법에 따라 20일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하지만 상임위 의결로 이를 생략할 수 있다. 또한 상임위에서 법안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이 생겼을 때 이를 조율하기 위한 절차인 '안건조정위원회'를 여당이 소집하더라도 과반 의석을 가진 야권 주도로 안건조정위원회의 심의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아직 구성 전인 나머지 7개 상임위원회 역시 빨리 구성을 매듭지을 계획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를 향해 "지금 7개 상임위는 야당이 구성하라고 재촉하는데도 (국민의힘에서) 반응이 없냐. 거부하는 태도냐"라며 "언제까지 기다릴 거냐. 법률상 월요일에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며 다그치기도 했다.
이어 "지금 하루가 급한 민생 현장도 챙겨야 하고 억울하게 군인들이 수당 못 받는 것도 빨리 지적해서 교정해야 한다"며 "국방위를 포함해 미구성된 상임위도 신속하게 최대한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입법 독재'에 나섰다고 비판하는 한편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맞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방송장악 3법, 민생회복지원법,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등 정쟁이 가득한 악법들로 본인들이 정한 시한에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겠다는 오만방자함이 도를 넘어섰다"며 "정상적인 국회 논의 과정을 깡그리 무시한 채 민주당의 일방독주로 엉터리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국민의힘은 책임감을 갖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강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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