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일하고싶다'는 노조, 승진거부권도 등장...난감한 회사

이태성 기자 2024. 6. 1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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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 노조가 올해 노사협상에서 '길게 일할 권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가 이같은 요구를 하는 것은 연금 수령 시점이 점점 늦어지고 있어 일을 더 오래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노조의 정년연장이나 승진거부권 요구는 모두 더 오래 일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 관계자는 승진거부권의 경우에도 2016년 현대차 노조가 한번 요구했던 전례가 있는데, 인사권 침해 및 월권 논란이 일면서 철회됐던 만큼 개별 기업이 다시 나서 결론을 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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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연차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돌입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 노조 측의 시위용 트럭이 세워져 있다. 2024.6.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국내 대기업 노조가 올해 노사협상에서 '길게 일할 권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년연장 뿐만 아니라 승진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언급되는데, 모두 개별 기업이 결정하기는 어려운 것들이라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12일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노조는 올해 노사협상에서 만60세 정년을 64세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기아 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임단협 단체협약 갱신 시 최우선으로 쟁취해야 할 사업으로 응답자의 과반 이상(50.2%)이 정년 연장을 꼽았다. 현대차·기아 외에도 HD현대그룹 조선 3사 노조와 삼성그룹 노조연대, LG유플러스 제2노조는 60→65세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가 이같은 요구를 하는 것은 연금 수령 시점이 점점 늦어지고 있어 일을 더 오래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법정 정년은 2013년 60세로 연장된 뒤 변함없는데, 국민연금을 받는 나이는 지난해 63세에서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계속 늦춰지게 된다. 노동시장에서 은퇴를 빨리 하면 할수록 소득 절벽 구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한발 더 나아가 올해 임단협에 승진거부권을 넣었다. HD현대중공업의 생산직 직급은 7~4급(14년)-기원(6년)-기장(6년)-기감(6년)-기정(기한 없음) 8단계로, 사무직은 매니저(4년)-선임매니저(4년)-책임매니저(기한 없음) 3단계로 구성된다. 생산직의 경우 기장에서 기감 이상으로, 사무직은 선임에서 책임 이상으로 승진하면 노조에서 자동 탈퇴하게 되는데 이때 승진을 거부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다.

이는 노조에서 탈퇴할 경우 각종 혜택에서 제외되고 승진을 하면 할수록 경쟁이 심해지는 탓이다. 이 경쟁에서 밀려난다면 회사에 더 다닐수 없다는 불안감이 대기업 직원들 사이에는 팽배하다. 승진거부권은 직원들에게는 고용 안정을 위한 장치가 되고, 노조 입장에서는 조합원 숫자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노조의 정년연장이나 승진거부권 요구는 모두 더 오래 일하기 위한 수단이다. 정년까지 근무한다고 하더라도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생활비가 더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한국고용정보원의 '고령 인구의 경제활동과 노후 준비' 보고서에 따르면 65~79살 고령자 55.7%가 '계속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고령자 중 남성은 65.4%, 여성은 47.3%가 계속 일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들 중 절반 이상(52.2%)가 생활비를 이유로 꼽았다.

다만 이 문제를 개별 기업이 먼저 나서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년연장과 같은 커다란 이슈를 한 회사가 먼저 나서서 결과를 내놓기는 불가능하다"며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고 정책적으로 뒷받침이 돼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승진거부권의 경우에도 2016년 현대차 노조가 한번 요구했던 전례가 있는데, 인사권 침해 및 월권 논란이 일면서 철회됐던 만큼 개별 기업이 다시 나서 결론을 내기 어렵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노사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노동유연성이 없는데 정년을 늘리게 되면 회사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고 청년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길게 일하는 문제는 단순히 한 기업의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차원의 논의가 먼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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