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징집을 거부하고 한국에 들어온 러시아인이 처음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윤성진 판사는 러시아인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22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강제 징집을 피해 온 러시아인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23년 징집을 피해 한국행을 택한 러시아인 체류자들이 인천공항 3층 출국장에서 송환대기실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A씨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쟁 반대 의견을 게시하고, 전쟁 반대 시위에도 참여했다. 이후 징집 통보를 받자 같은 해 11월 러시아를 떠나 한국에 입국했다. 이듬해 1월 A씨는 “전쟁 징집을 피하고자 러시아에서 탈출했고,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면 처벌될 수 있다”며 난민 인정 신청을 했다.
재판부는 A씨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글을 SNS에 게시하고, 현 러시아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이 주최한 전쟁 반대 시위에 참석한 점 등을 종합하면 그의 징집 거부가 정치적 견해 표명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러시아가 탈영하거나 전투를 거부한 병사에게 최대 10년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언론 보도 등을 근거로 A씨가 본국에서 박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