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만 있는 지주회사 사전규제… 한경협 "G5 수준으로 완화해야"

이한듬 기자 2024. 6. 1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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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행위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의 지주회사 규제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수준"이라며 "기업이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맞는 출자구조를 모색할 수 있도록 현행 지주회사 관련 사전규제를 G5처럼 사후규제 중심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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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G5 국가의 지주회사 체제 기업집단 사례 연구' 보고서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앞에 설치된 한국경제인협회 표지석. / 사진=뉴시스 김금보 기자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행위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3일 지인엽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G5 국가의 지주회사 체제 기업집단 사례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규제는 한국에서만 시행하며 G5 국가는 경쟁법·회사법을 통해 사후규제만 시행한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지주회사의 출자 형태를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은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규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 다른 주요 국가와 마찬가지로 지주회사로 인해 경쟁제한이 발생하는 경우 셔먼법에 근거해 담합(제1조) 및 독점(제2조) 행위를 사후적으로 규제할 수 있다.

미국에는 사전적인 행위규제가 없어 다양한 형태의 지주회사 출자구조를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최대의 에너지 기업집단인 서던 컴퍼니그룹이 있다. 서던컴퍼니 지주회사가 지역별 중간지주회사를 지배하고 지역별 중간지주회사는 풍력, 태양광 등 발전 부문별 중간지주회사를 지배해 최대 7단계 출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역별·부문별 수직계열화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 선택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공정거래법 제18조는 원칙적으로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까지 출자를 허용하고 예외적(지분율 100%인 경우)으로 증손회사 보유가 가능(최대 3단계 출자)하기 때문이다. 서던컴퍼니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한다면 고손(증손회사 아래) 회사 이하 계열사는 매각·합병을 통해 정리해야 한다.

일본은 독점금지법 제9조에서 '사업지배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지주회사의 설립 및 전환을 규제하고 있으나 일본 경쟁 당국은 실질적으로 이 조항을 근거로 제재한 사례가 없다. 일본에서도 다양한 출자구조를 볼 수 있는데 NTT그룹 지주회사인 NTT 코퍼레이션은 자회사인 NTT 데이터와 공동으로 손자회사인 NTT, Inc.에 출자하고 있다. 반면 한국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손자회사에 대한 직접출자가 금지되고 있다.

독일에서도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행위규제가 없어 소수 지분만으로 계열사 지배가 가능하다. 예를들어 도이치텔레콤은 4개 비상장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20%~33.33%로 다양하지만 한국은 공정거래법에서 자회사가 비상장 손자회사 발행주식총수의 50% 이상 보유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지주회사에 기업집단 회계자료를 공개할 의무만 부과하고 있으며 지분율 규제나 부채비율 규제와 같은 사전규제는 시행하고 있지 않아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 합작법인 형태의 증손회사 보유 등이 가능하다. 한국은 지주회사 체제 내에 금융보험사를 보유할 수 없다.

이 외에 프랑스는 자회사 간 출자가 가능한 반면 한국은 불가능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의 지주회사 규제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수준"이라며 "기업이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맞는 출자구조를 모색할 수 있도록 현행 지주회사 관련 사전규제를 G5처럼 사후규제 중심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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