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구조조정 신호탄일까... 리벨리온-사피온 왜 합병?

전병수 기자 2024. 6. 13. 06: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토종 인공지능(AI) 반도체 대표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사피온이 합병을 추진하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던 AI 반도체 업계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수백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뻥튀기 상장 논란을 일으켰던 '파두 사태'로 토종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에 대한 불신이 가시지 않은 터라, 두 대표 AI 반도체 스타트업의 합병 추진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토종 대표 AI 반도체 스타트업간 합병… SKT·KT가 주요주주
실적은 적자인데 막대한 R&D 자금 필요
“검증된 글로벌 기업 제품 쏟아지는데 누가 사줄지 의문” 시선도
일각에선 불필요한 경쟁 대신 시너지 내면 경쟁력 가질 수도
일러스트=챗GPT 달리3

토종 인공지능(AI) 반도체 대표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사피온이 합병을 추진하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던 AI 반도체 업계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벨리온과 사피온은 KT와 SK텔레콤이 직접 투자한 기업으로, 현재까지 수천억원대 투자금을 유치했다. 갑작스러운 두 회사의 합병 소식에 일각에서는 AI 반도체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수백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뻥튀기 상장 논란을 일으켰던 ‘파두 사태’로 토종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에 대한 불신이 가시지 않은 터라, 두 대표 AI 반도체 스타트업의 합병 추진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과 SK텔레콤은 실사와 주주동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올 3분기 중으로 합병을 위한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하고, 연내 통합법인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리벨리온이 존속 법인으로 남고 사피온을 흡수하는 형태로 합병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벨리온은 KT가 약 13%의 지분을, 사피온은 SK텔레콤이 약 6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 “스타트업 혼자 제품·기술 만들기 어려워”

리벨리온과 사피온은 국내 굴지 대기업의 지분 투자와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으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현재까지 각각 약 2800억원과 약 14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한 리벨리온과 사피온은 AI 칩 시장의 절대강자 엔비디아의 약점으로 꼽히는 전력 대비 성능 효율(전성비)과 가성비를 내세우며 AI 반도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대에 부응하듯 리벨리온은 창립 이후 3년간 2개의 AI 반도체를 출시하며 기업가치 8800억원을 인정받았다. 리벨리온은 올해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기반 데이터센터용 신경망처리장치(NPU) ‘아톰’ 양산에 돌입했다. 지난 2020년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선보인 사피온은 7㎚ 공정의 데이터센터용 NPU 사피온 ‘X330′도 양산을 진행했다. 사피온 측은 자사 제품이 엔비디아 대비 연산 성능은 2배, 전력 효율이 1.3배 뛰어나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주력 제품이 완전히 검증을 마치지 않은 데다 실적도 적자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리벨리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1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사피온은 25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뚜렷한 매출원은 없지만, 파운드리(위탁생산)를 통한 반도체 제조와 차세대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금 조달뿐 아니라 AI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텔, 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토종 AI 반도체 스타트업과 유사한 전략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한 최고경영자(CEO)는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혼자 제품·기술 만들기가 어려워졌다”면서 “검증된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데, 누가 그들의 제품을 쓸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AI 반도체 스타트업과 같은 팹리스 기업은 시제품을 제작하기 위한 멀티 프로젝트 웨이퍼(MPW)부터 R&D 비용까지 최소 수백억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며 “꾸준한 자금 조달과 고객 유치를 위해 보다 효율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합병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경쟁 대신 시너지 발휘하면 글로벌 경쟁력 갖출 수도”

국내 대표 AI 반도체 스타트업간 합종연횡이 시너지로 이어져 사업적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리벨리온과 사피온은 엔비디아가 차지하고 있는 AI 가속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두 회사 모두 데이터센터용 NPU를 대표 제품군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합병 시 불필요한 출혈 경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AI 반도체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국내 기업 간 경쟁을 줄이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기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