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버핏, 국내선 애플·코카콜라 투자 꿈도 못 꿔” 한국에만 있는 ‘지주사 사전규제’

2024. 6.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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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국내 지주사 규제 완화해야” 강조
미국 금융지주사, 비금융회사 투자 가능
워렌버핏 회사가 애플·코카콜라 지분 보유
다양한 출자구조로 업종·지역간 시너지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게티이미지]

[해럴드경제=김현일 기자]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이끄는 금융지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애플과 코카콜라에 투자해 각각 지분 5.66%, 9.25%(2022년 기준)를 갖고 있다. 미국은 은행지주회사법 폐지로 이처럼 금융지주회사가 금융업과 무관한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국내에서는 금융지주회사가 비금융회사 지분 소유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계열사가 아닌 국내회사 지분을 5% 이상 소유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워렌 버핏과 같은 투자가 불가능한 셈이다.

재계에서는 해외 주요국가(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에 비해 국내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 규제가 지나치게 강력해 이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 ‘G5 국가의 지주회사 체제 기업집단 사례 연구’를 통해 13일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 행위규제가 없어 지주회사 출자구조도 다양하다. 미국 최대 에너지 기업 서던컴퍼니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던컴퍼니 지주회사는 지역별로 중간지주회사를 두고 있다. 각 지역별 중간지주회사는 다시 풍력·태양광 등 발전 부문별 중간지주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이렇게 최대 7단계에 걸쳐 출자구조를 갖고 있다.

지 교수는 이러한 출자구조에 대해 “지역별·부문별 수직계열화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는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구조다. 공정거래법 18조는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까지 출자를 허용한다. 예외적으로 지분율 100%인 경우 증손회사 보유가 가능하다. 최대 3단계까지만 출자가 가능한 셈이다. 만약 서던컴퍼니가 국내법 적용을 받았다면 증손회사 이하 계열사는 매각·합병을 통해 정리해야 한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사전규제 현황. [한국경제인협회 자료]

영국 최대 정유 사업을 영위하는 지주회사 BP PLC 역시 사업 분야 및 지역별로 다수의 중간지주회사를 두고 집단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이 중에는 금융보험사를 갖고 있는 중간지주회사도 있어 회사채를 발행해 그룹 내 자금을 조달하는 등 시너지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주회사 체제 내에 금융보험사를 둘 수 없도록 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에서도 다양한 출자구조를 볼 수 있다. 통신사 NTT그룹 지주회사인 NTT 코퍼레이션은 자회사인 NTT 데이터와 공동으로 손자회사인 NTT Inc에 출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지주회사가 손자회사에 직접 출자하는 것이 금지돼 일본처럼 지주회사와 자회사가 공동으로 손자회사에 출자를 할 수 없다.

또한,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자회사가 비상장 손자회사 발행주식총수의 50% 이상을 보유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독일은 소수 지분만으로 계열사 지배가 가능하다. 도이치 텔레콤의 자회사로 편입된 4개 비상장회사(Deutscher Fernsehpreis, Electrocycling, MNP Deutchland GbR, SK Gaming Beteiligungs) 지분율이 20~33.33%로 다양하다.

지 교수는 프랑스 지주회사 출자구조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 자회사 간 출자를 꼽았다. 보험회사 AXA그룹의 지주회사인 AXA SA의 경우 자회사끼리 출자를 통해 시너지를 꾀한다. AXA France IARD가 AXA France Vie 지분 1.42% 보유하고 있고, AXA France Vie는 DHP SAS 지분을 29.71% 갖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자회사 간 출자금지 규제로 인해 이러한 구조가 불가능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의 지주회사 규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수준”이라며 “기업이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맞는 출자구조를 모색할 수 있도록 현행 지주회사 관련 사전규제를 G5 국가들처럼 사후규제 중심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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