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주사 사전규제 너무 가혹…G5 국가처럼 사후규제로"

한경협, 미국 등 G5 지주회사 체제 기업집단 연구 보고서
출자단계 제한, 금융회사 보유 금지 등 한국만 사전규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5.15/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지주회사에 대해 출자단계 제한, 금융회사 보유 금지 등 공정거래법상 다양한 사전행위 규제를 국제 기준에 맞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3일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G5(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국가의 지주회사 체제 기업집단 사례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규제는 한국에서만 시행하며, G5 국가는 경쟁법, 회사법을 통해 사후규제만 시행한다.

미국 최대의 에너지 기업집단인 서던 컴퍼니 그룹은 지주회사가 지역별 중간지주회사를 지배하고, 지역별 중간지주회사는 풍력, 태양광 등 발전 부문별 중간지주회사를 지배해 최대 7단계 출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까지 출자를 허용하고 예외적(지분율 100%인 경우)으로 증손회사를 보유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NTT그룹 지주회사인 NTT 코퍼레이션은 자회사인 NTT 데이터와 공동으로 손자회사인 NTT Inc에 출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손자회사에 대한 지주회사의 직접 출자가 금지되어 이런 출자구조가 불가능하다.

독일도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행위규제가 없어 소수 지분만으로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다. 텔레콤 도이칠란트의 자회사로 편입된 4개 비상장회사는 지분율이 20~33.33%로 다양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자회사가 비상장 손자회사 발행주식총수의 50% 이상을 보유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영국은 지주회사에 기업집단 회계자료를 공개할 의무만 부과하고 지분율이나 부채비율 등 사전규제는 없다. 최대 정유기업인 BP는 지주회사 BP PLC를 중심으로 사업 분야와 지역별 다수의 중간지주회사를 두고 있고, 손자회사인 금융보험사를 통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주회사 체제 내 금융보험사를 보유할 수 없다.

또 한국에서는 자회사 간 출자를 금지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자회사 간 출자를 통한 지주회사 체제를 볼 수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의 지주회사 규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수준"이라며 "기업이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맞는 출자구조를 모색할 수 있도록 현행 지주회사 관련 사전규제를 G5처럼 사후규제 중심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