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전세사기를 취재하게 됐다 [프리스타일]

지면에서는 늘 진지하기만 한 〈시사IN〉 기자들, 기사 바깥에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친한 친구의 수다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읽어주세요.

5월24일 오후 부산역 광장에서 영남 지역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처음으로 전세사기 피해 문제를 취재하게 됐다. 5월1일 대구 다가구주택 전세사기 피해자 A씨(38)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다가구주택 ‘후순위 임차인’인 데다 ‘소액 임차인’에 해당하지 않아, ‘최우선 변제금’도 받을 수 없었다. 전세금 8400만원 중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없다는 의미였다. 그는 유서에 “빚으로만 살아갈 자신이 없다”라고 적었다.

전세사기 피해는 유형이 다양하고 복잡했다. 용어도 낯설었다. 〈시사IN〉에서 오래 전세사기를 취재해온 김동인 기자는 본격 취재 전 미리 공부해둬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비수도권 전세사기 피해 특징에 대해서 한참을 설명해주었다. 전세 거래는 애초 임대인과 세입자 간 정보 격차가 크다. 공부할수록 세입자가 전세금을 지키고 전세사기를 피하는 게 운에 달린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특히 이번에 취재한 다가구주택의 경우, 지난해 4월18일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세입자가 위험을 파악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정태운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매일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는 꼬박 기자들과 통화하는 데 시간을 쓴다고 했다. 신탁 전세사기 피해자이기도 한 정태운 위원장은 “내 전세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느끼는 좌절감은 정말 크다. 그런데 ‘최우선 변제금을 못 받으면 왜 좌절감을 느껴요?’라고 묻는 기자들이 있다. 이럴 땐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막막하다”라고 했다. 그만큼 미리 공부하지 않고 취재하는 기자가 많다는 것이다. 안다고 해도 ‘이해’한다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아는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는 전세사기 피해 대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게 국가 책임이라면 펀드 사기는? 코인 사기는?”이라고 물었다.

전세사기를 당하고 사망했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를 향한 낙인 때문에 유가족이 그 죽음을 알리지 못한 피해자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다. 올해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파악한 (비보도) 죽음만 3건이다. 5월18일 대구에서 열린 A씨(38) 추모제가 끝난 뒤, 추모제를 찾은 대구·부산·경북 경산·인천 등 각 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벼랑 끝에 위태롭게 서 있는 그들의 삶이 자꾸 생각나서 한동안 잠들기 어려웠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지만, 김태근 변호사(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 운영위원장)는 “피해자들의 노력 끝에 조금은 진전된 정부안이 나왔다”라고 평가했다. 알리면 달라진다고 믿는다. 피해자들의 상황을 정확히 잘 전달하고 싶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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