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병들 휴대폰 끊길라…군 작전·보안사안도 SNS에

김인한 기자 2024. 6. 13.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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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선진 병영문화 위한 제보는 제보대로…작전·보안위반 사안은 단호히 조치해야"
군 내부에서 최근 장병들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활용에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4년 전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 시행되면서 군대 내 부조리를 견제하는 효과가 생겼지만 작전·보안사안까지 대외적으로 노출되는 문제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과 기사는 무관. / 사진=뉴스1


군 내부에서 최근 장병들의 SNS 활용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4년 전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 시행되면서 군대 내 부조리를 견제하는 효과가 생겼지만 작전·보안 사안까지 대외적으로 노출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12일 군 당국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1일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휴전선)을 단순 침범한 사실을 발표했다. 북한군이 침범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발표였다. 합참은 최전방에서 북한군의 단순 침범 사례를 일일이 공개하지 않고 있고 이번 사건도 '단순 해프닝'으로 대외에 공개할 이유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12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초소에서 북한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 사진=뉴스1


그럼에도 북한군 침범 사실을 뒤늦게 공개한 것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난무한 영향이었다고 한다. 사실관계를 바로 잡기 위해 늦었지만 침범 사실을 공개했다는 의미다. 군 공식 발표대로 북한군의 침범이 지뢰매설 등 의도된 도발이 아니라 작업 중 길을 잃은 해프닝이었다면 민감한 보안사안이 밖으로 새어 나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작전·보안사안과 관련된 업무를 외부에 누설하거나 허가 없이 SNS상에 게재할 경우 국방보안업무훈령과 관계법령에 따라 처벌받을 수도 있다"면서도 "만일 작전·보안 지침에 위배되는 사안이 있다면 관련 위원회를 열고 징계 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군 커뮤니티에 '무분별한 주장 게시' 늘어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올라오는 내용들. / 사진=페이스북

우리 군은 2020년 7월 '일과 후 병사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시행했다. 세계적 추세에 맞춰 장병들에게 자유를 부여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였다. 현재 병사들은 평일의 경우 일과 이후부터 저녁 9시까지, 휴일의 경우 오전 8시 반부터 저녁 9시까지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 사용으로 군대 내 열악한 병영식당이나 부조리 등이 외부에 알려져 '선진 병영문화'를 만드는 긍정적 효과가 적지 않다. 가령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최근 훈련 중 쓰러진 육군 특수전사령부 소속 간부가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군의 역할 등이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반대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북한의 4차례 오물풍선 살포로 남북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육대전 등 일부 SNS에 '북한이 살포한 대남 오물풍선에 신경작용제가 나왔다'는 검증되지 않은 제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군 당국이 사실관계를 파악한 결과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오는 15일과 16일 전군 정상일과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돌았지만 사실무근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장병들의 일방적 주장이 군 커뮤니티에 무분별하게 올라가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선진 병영문화 위한 제보는 제보대로…작전·보안위반 사안은 단호히 조치해야"

2023년 8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약 56㎞ 떨어진 세르기에프 포사드에 있는 군수공장이 폭발한 모습. / AFP=뉴스1

국방안보 전문가들은 선진 병영문화 조성을 위해 제보 창구 등은 필요하다면서도 군 작전과 관련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단호히 조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전에서 SNS 정보의 중요성 등을 장병들에게 교육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상근 카이스트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교수는 이와 관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봤을 때 SNS상에 잘못 올린 사진 한 장으로 우크라이나를 점령한 러시아 주둔지 전체가 날아간 심각한 사례도 있었다"며 "현대전에선 SNS가 전쟁 수단의 하나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헌법에 보장된 가치에 따라 장병들의 인권이나 병영환경 개선 등을 위한 제보 창구 등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적이 우리 군의 훈련 상황을 추정할 수 있는 작전·보안 사안이 외부로 나갈 경우 징계 등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군이 '장병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주장을 과도하게 신경 쓰면서 SNS 관련 명확한 지침을 못 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평시에는 SNS상에 가짜 정보가 난무하더라도 문제가 없지만 전시에는 이런 가짜 정보가 치명적인 안보의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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