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길은 맛집·미술관뿐"…'체험'에 올인하는 백화점·면세점

CBS노컷뉴스 김기용 기자 2024. 6. 1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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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외국인 돌아왔지만 면세점 매출은 주춤
이젠 외국인도 홍대 가는 시대…"면세점 공간 원점 재구성"
신세계 '작가 전시회', 롯데 '샴페인 시음행사' 등 체험 중시
백화점도 '식품관 새단장'으로 분주…"체험 통한 집객 극대화"
롯데면세점 VIP 고객을 대상으로 '모엣헤네시' 샴페인 클래스 진행. 롯데면세점 제공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국내로 돌아왔지만 백화점과 면세점 매출은 아직 확실한 반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달라진 외국인들의 여행 행태에 맞춰 국내 대형 면세점과 백화점이 각각 전시관과 식품관에 공을 들이며 환골탈태에 나섰다.

이젠 외국인도 홍대 간다…"면세점 공간 원점 재구성"

 

13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면세점에 방문한 외국인은 80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1.6% 증가했지만 매출액은 3.1%만 증가한 9950억원에 그쳤다. 이른바 '객(客)단가'라고 부르는 외국인 1인당 구매액이 1년 사이 220만원에서 125만원으로 43.2%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3대 유통사의 면세점도 고스란히 영향을 받고 있다. 업계 1등 롯데면세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영업 손실이 280억원에 달했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희망퇴직을 포함한 단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올 1분기 영업 손실이 52억원으로 여전히 적자다. 신세계면세점은 72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17.1% 줄어든 수치다.

면세점을 외면한 외국인들은 대신 명동·홍대 상권의 로드숍을 찾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단체여행객 비율이 줄고 개별여행객 숫자가 늘면서 외국인들도 국내에서 '가성비' 소비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CJ올리브영 명동타운점과 홍대타운점은 올해 1분기 매출에서 외국인 비율이 90% 이상이다. 최근 패션·뷰티 부문 성장세가 무서운 다이소도 올해 1분기 해외 신용카드로 결제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6%나 늘었다.

최혜숙 작가 유리 공예 전시. 신세계면세점 제공


위협감을 느낀 면세점업계는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시내면세점 공간을 전시관 등으로 활용해 일단 고객을 현장으로 유인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신세계면세점은 다음달 5일까지 명동점 11층에서 최혜숙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다양한 협업과 프로그램을 통해 면세점 전체를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닌 예술과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도 지난 10일 명동본점의 VIP 전용 휴게공간인 '스타라운지'에서 내국인 최상위 고객 12명을 대상으로 프랑스 주류 기업 '모엣헤네시'와 손을 잡고 인기 샴페인 시음 행사를 진행했다. 또 지난 11일에는 인플루언서가 선보인 화장품, 패션, 주얼리 등을 판매하는 '셀럽샵'을 선보이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내국인 고객들의 주류 수요에 발맞춰 다양한 기획전 및 프로모션 또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는 "이제는 소비자들이 명품도 이커머스에서 구입하기 시작했고, 중국 하이난성에 초대형 중국 시내면세점이 들어서면서 국내 면세점이 설 곳을 잃은 상황"이라며 "국내 시내면세점의 공간 구성을 힐링 등의 콘셉트로 원점 재구성해 고객들의 면세점 체류 시간을 일단 늘려야한다"고 말했다.

세종대 경영학과 황용식 교수는 "이제 우리나라가 기대할 수 있는 관광 특수는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여행)보다 아웃바운드(한국인의 해외여행)에 더 많기 때문에 이들 내국인이 국내 면세점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 면세점업계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면서 "우리나라 자체 여행객이 출국 전 국내 면세점에서 돈을 쓸 수 있게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 백화점은 '식품관 새단장'에 분주…"집객 극대화"

 

부침을 겪고 있는 백화점업계도 오프라인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고객 체험'을 늘리기 위해 식품관 '새 단장'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SNS상에서 인기가 많은 '맛집'을 유치해 핵심 고객층으로 떠오른 MZ세대는 물론 외국인 유입까지 이끌어 다른 분야 매출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서울 반포 JW메리어트호텔 건물 세 개 층에 '하우스 오브 신세계'라는 이름의 미식 공간을 연다. 이곳은 본래 신세계면세점이 영업하던 공간이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단체관광객이 자취를 감추자 2021년 7월 면세점 영업을 끝내고 비워뒀다. 지난 10일 먼저 문을 연 레스토랑에는 신세계가 직영하는 한식당 '자주한상'을 비롯해 스시집 '김수사', 일본 장어덮밥 전문점 '우나기' 등이 입점했다.

신세계백화점 박주형 대표는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이 지금까지의 노하우와 역량을 집약해 선보이는 단 하나의 명품 공간"이라며 "공간과 콘텐츠, 고객의 마음을 채우는 서비스 혁신을 통해 오직 오프라인 공간만이 줄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와 매력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목동점 2층 '자연을 디자인하다' 전시장에서 고객들이 아쿠아스케이프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MZ세대의 성지로 불리는 더현대 서울도 이미 고급 디저트 맛집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기세를 몰아 현대백화점 중동점도 지난 4월 지하 1층에 3339㎡(약 1010평) 규모의 식음료 전문관 '푸드파크'를 선보였다. 현대백화점 목동점은 나아가 다음달 8일까지 2층에서 아쿠아스케이프 전시 '자연을 디자인하다'를 진행한다. 아쿠아스케이프는 수중(Aqua)과 풍경(Landscape)의 합성어로 수초, 돌 등을 활용해 수중 정원을 만드는 체험 활동이다.

롯데백화점도 올해 하반기 노원점을 프리미엄 식품관 중심으로 재단장한다. 롯데백화점 인천점은 지난해 12월 지하 1층에 6600㎡(2천평) 규모로 '푸드 에비뉴'를 새로 오픈했다. 이곳은 롯데의 '미래형 식품관 1호점'을 표방한다.

단국대 경영학과 정연승 교수는 "면세점뿐만 아니라 백화점도 식음료 분야를 강화함으로써 고객들이 매장에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집객(集客)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기본적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채널이 온라인으로 많이 넘어간 상황에서 오프라인 공간은 전시, 체험 서비스에 집중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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