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언제 뚫리나요?… ‘제2 위례신사선’ 수두룩하다

정순우 기자 2024. 6.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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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선·송파하남선 등 난항

서울 강남권과 위례신도시를 잇는 위례신사선이 17년째 난항을 겪으며 사업자 선정이 원점으로 돌아간 가운데, 수도권에서 ‘제2의 위례신사선’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10년 전에 공사가 시작됐어야 할 사업이 공사비 갈등 문제 등으로 아직 계약조차 체결하지 못하고, 관할 지자체끼리 협의가 끝났는데 다른 지자체가 노선 변경을 요구해 진통을 겪는 경우도 있다. 교통망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을 가졌던 주민들은 매일 출퇴근 지옥에 시달리고 있지만, 일부 정치인들은 사업성도 검증되지 않은 교통망 확충 계획을 지역 선심성 공약으로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사업 타당성 평가를 통해 재정 낭비를 최소화하고, 지나치게 경직된 제도 때문에 정상적인 사업장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픽=양진경

◇2017년 뚫린다던 서부선, 빨라야 2030년 개통

현재 추진 중인 수도권 광역교통망 중 가장 오랜 기간 지체되는 프로젝트로 서울 은평구와 관악구를 잇는 서부선(새절역~서울대입구역)이 꼽힌다. 2000년 서울시의 ‘교통정비 중기계획’을 통해 처음 공개된 경전철 노선으로, 원래는 새절역에서 장승배기역까지만 연결할 계획이었다. 2008년 서울시와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노선 계획을 확정·발표할 당시 목표 개통 시점은 2017년이었다.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2011~2012년엔 착공됐어야 하지만, 지역 민원으로 인해 2015년 서울대입구역까지 연결하는 것으로 노선 계획이 바뀌었다. 이후 민자 적격성 조사를 통과하기까지 5년이 더 걸리면서 2023년 착공, 2028년 개통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공사비를 두고 서울시와 시공사인 두산건설 컨소시엄 사이에 합의가 늦어지면서 아직 본계약(실시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올 하반기 본계약을 맺는다 해도 세부 설계와 공사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2030년은 돼야 개통이 가능할 전망이다.

3기 신도시인 하남 교산신도시와 송파구 오금역을 연결하는 송파하남선(지하철 3호선 연장)도 당초 2023년 공사를 시작하고 신도시 입주 시점(2027년)에 맞춰 2028년 개통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경전철을 신설하자는 정부와 지하철 노선을 연장하자는 하남시의 이견을 조율하는 데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면서 아직 착공을 못 하고 있다. 최대한 빨리 착공해도 2030년 이후에야 개통할 전망이다. 최근엔 신설 역 중 하나인 신덕풍역 위치를 두고 사업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하남시가 이견을 보이고 있어 착공 시기가 더 늦어질 수 있다.

경기도 김포와 인천 주민의 숙원 사업인 지하철 5호선 연장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018년부터 공식적으로 사업이 추진됐지만, 서울시가 지하철 연장의 조건으로 강서구에 있던 건설 폐기물 처리장 이전을 요구했던 탓에 인근 지자체의 불만을 샀다. 오세훈 시장이 2021년 취임 후 5호선 연장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히고, 2022년 11월 서울시·강서구·김포시 간 업무협약까지 맺으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김포와 붙어 있는 인천 서구가 노선 변경을 요구하면서 아직까지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선심성 교통 공약 쏟아내는 정치권

이처럼 정부나 지자체가 발표한 교통망 확충이 줄줄이 늦어지면서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지만, 정치권은 철도망 신설 같은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2008년부터 추진된 위례신사선이 착공은커녕 사업자를 다시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경기도 하남시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하남역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경기도 성남·광주시 정치인들은 위례신사선을 성남 구시가지와 광주시까지 연결하는 위례삼동선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광역 교통망 구축에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철저히 사업성에 따라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비 증액과 관련해 재정 당국의 경직된 규정 때문에 정상적인 사업까지 지체될 수도 있다”며 “위례신사선 같은 사례가 더 나오지 않도록 공공사업 전반의 제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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