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7월 4일 개막 49개국 255편 상영
다음 달 4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AI 영화’를 화두로 제시했다.
신철 BIFAN 집행위원장은 12일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재능이 있어도 번번이 자본 투자의 벽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인재들의 좌절을 볼 때마다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생성형 AI(인공지능)는 이런 인재들이 최소한의 제작비에 자기 재능만으로 세계와 만날 수 있는 혁신적이고 혁명적인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영화제에서 AI를 핵심 주제로 다루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AI가 영화산업에도 혁명적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BIFAN은 AI 영화 국제 경쟁 부문을 신설했다. 영상, 음향, 시나리오 등에서 AI 기술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영화 제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은 작품 15편을 선보이고 작품상, 기술상, 관객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이 중에는 권한슬 감독 ‘원 모어 펌킨’(2023)을 비롯한 한국 영화 4편도 포함이 됐다. ‘원 모어 펌킨’은 200살 넘게 장수하는 노부부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3분짜리 미스터리 공포영화다.
AI 영화 국제 경쟁 부문 초청작은 상영 시간이 길어야 10분 내외인 단편들이다. AI는 적은 제작비로도 영상과 음향 수준이 뛰어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는 기대를 불러일으키지만, 배우의 초상권과 같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BIFAN에선 이런 문제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국제콘퍼런스도 열린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해 AI가 콘텐츠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창작자들이 AI 영화 제작을 경험할 수 있는 ‘AI 필름 메이킹 워크숍’도 2박3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BIFAN에선 AI 영화 15편을 포함해 49개국 255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이 가운데 장편은 112편, 단편은 99편이다. 67편 영화가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인다.
영화제 개막작은 로즈 글래스 감독의 ‘러브 라이즈 블리딩’(2024)이다. 폭력적인 아버지의 그늘에서 살아가던 여성이 보디빌딩 대회 우승을 꿈꾸는 남성을 만나면서 예기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폐막작은 198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한 소이 청 감독의 ‘구룡성채: 무법지대’가 선정됐다. 화려한 액션으로 1990년대 홍콩 영화 전성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배우 손예진 특별전도 진행된다. ‘클래식’(2003)을 비롯한 손예진의 출연작 6편을 상영하면서 23년의 걸친 그의 연기 세계를 조명한다.
거장 감독 영화 세계를 조명하는 마스터클래스도 마련됐다. 홍콩 누아르 대가 조니 토(두기봉) 감독과 일본 코미디 영화의 대부 미타니 고키 감독이 부천을 찾아 마스터클래스에 참석한다.
지난달 98세로 세상을 떠난 미국 B급 영화의 거장 로저 코먼 감독의 추모전도 열린다. 그의 작품 ‘흡혈식물 대소동’(1960)과 ‘더 테러’(1963)를 상영한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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