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현장] ‘천덕꾸러기’ 북항재개발 이대로는 안된다
부산항 북항재개발 1단계 사업지의 주거 용도 변질과 관련한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BPA)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된 지 한 달 여가 지났다. 감사원은 사업 승인권자이자 주체인 해수부와 BPA가 업무를 적극 수행하지 않고 확인 및 검토 없이 수용하거나 방치해 민간에 특혜, 난개발 등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해수부는 감사 조처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매각 예정 부지 지구단위계획에 불허용도 지정을 완료했으며 BPA는 법률 자문 등 검토 작업에 돌입했다.
문제는 북항재개발사업에 끼인 ‘먹구름’이다. 이 사업은 해수부가 BPA를 기반시설 사업시행자로 지정, 2008년 사업 계획을 수립·고시하며 시작됐다. 부산항 북항 연안부두~4부두 일원 155만 ㎡ 부지에 2조 8970억 원 규모다. 그러나 15년 만인 지난해 3월에야 친수공원과 도로 등 주요 기반사업이 준공됐다. 랜드마크부지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업지가 아직도 나대지로 있거나 그나마 들어선 건축물조차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군다나 지난해 ‘2030 세계엑스포’ 유치에 실패하면서 개최지로 거론된 북항재개발사업에는 찬물이 끼얹어졌다. 2단계 사업의 올해 상반기 착수 계획은 이미 물 건너갔고 시행자인 ‘부산시컨소시엄’에 공동 참여하기로 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철도공사는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사업의 차질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투자시장 축소 등으로 ‘민간자본 유입이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온다.
사업 추진 초기부터 지역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시행자의 적합성 여부와 추진체계 미비 등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감사원이 감사에서도 지적했듯이 북항재개발사업은 BPA가 민간사업자의 사업계획서를 평가해 부지 매수인을 선정,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건축 인·허가는 관할 지자체(부산시 및 부산 동구)가 담당하는 이원적 구조를 갖고 있다. 더욱이 해양 및 항만의 특수성까지 더해 일반 재개발사업과 비교하면 소유 주체 및 관계 법령이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
BPA는 부산항의 개발 및 관리 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공기업으로 북항재개발사업 시행자로 적합하지 않다. 도시계획이나 도시 재개발을 담당해 본 인력이 없어 전문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사업을 전담하는 범정부조직이라지만 실제로는 해수부 소속 부서에 불과한 ‘북항통합개발추진단’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사업 추진 10여 년이 지난 2019년에야 출범했으며 국토교통부 부산시 인사 소수를 받아 단장(3·4급) 포함 총 10여 명에 불과하다. 정부가 새만금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2007년 12월 ‘새만금특별법’을 제정하고, 사업 전담 중앙행정기관인 ‘새만금개발청’(2013년 개청)과 공공기관인 ‘새만금개발공사’(2018년 출범)를 만든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애초부터 “해수부-시-BPA로 이뤄진 3차 협의체로는 서로의 이해관계, 재정부담, 법적 측면에서 합의 및 추진하기 힘들다”며 국무총리 직속 ‘북항재개발청’을 둘 것을 요구해 왔다. 우려는 사업 기간 내내 현실로 나타났다. 3자 협의체는 사사건건 의견이 부딪히며 앞으로 나가지 못했고 결국 15년이 넘도록 1단계 사업 내용과 속도는 시민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BPA 담당부서는 이미 기피부서로 찍혀 발령받은 직원들은 휴직이나 병가를 줄줄이 내는 상황이다.
난개발은 물론 사업의 내실 부족 및 지지부진 등은 정부가 이런 지적을 제대로 경청하고 수용했다면 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었던 사안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북항재개발사업이 총 3단계까지 추진될 계획인 만큼 사업의 내실과 빠른 속도를 담보하기 위해 별도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 특히 북항재개발사업은 국내 첫 대규모 항만재개발사업으로 전례가 없다. 정말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수차례 공언한 대로 북항재개발사업에 대해 강력한 추진 의지를 갖고 있다면 이제라도 별도기관 등 사업의 추진 체계를 완전하게 구축해야 한다.
조민희 해양수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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