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해진 우리 딸, 올것이 왔군

최지선 기자 2024. 6.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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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만 한 속편은 없다.' 대부분의 영화에 통용되는 공식이다.

특히 1편이 '메가 히트'한 작품이라면 속편이 꽤 '준수하게' 만들어졌어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12일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2'는 또 다른 예외 사례가 될 것 같다.

거울 속 내가 세상에서 제일 못생겨 보이고, 몸에선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등교를 할 바엔 세상이 망해 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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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사이드 아웃2’ 개봉
사춘기에 접어든 10대 주인공… 기쁨-슬픔-소심 등 다양한 감정
자아 찾는 과정까지 절묘한 묘사… 전작 성공 이어 높은 예매율 보여
‘인사이드 아웃2’에서 기존 감정인 슬픔이, 기쁨이, 까칠이, 소심이, 버럭이가 ‘사춘기 사태’ 시작을 알리는 경고등이 들어오자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인사이드 아웃2’는 사춘기를 거치며 더욱 복잡하고 섬세해지는 인간의 내면을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전편만 한 속편은 없다.’ 대부분의 영화에 통용되는 공식이다. 특히 1편이 ‘메가 히트’한 작품이라면 속편이 꽤 ‘준수하게’ 만들어졌어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12일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2’는 또 다른 예외 사례가 될 것 같다.

머릿속에서 의인화된 감정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기억은 구슬이 돼 머릿속에 저장되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국내에선 497만 명이 관람했고, 전 세계에선 8억5000만 달러(약 1조1700억 원)를 벌어들인 ‘인사이드 아웃’(2015년)이 9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사춘기를 맞은 주인공의 감정 체계가 ‘재건축’되는 과정을 풀어냈다. 북미에선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걸작”이란 호평이 줄 잇고 있다. 한국에서도 개봉일인 12일 오전 9시 기준 전체 예매율의 70%를 차지하며 박스오피스 독주를 예고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주인공 라일리에게 사춘기는 날벼락처럼 들이닥친다. 여느 때와 같이 잠에서 깨어나지만 라일리는 뭔가 달라진 걸 느낀다. 거울 속 내가 세상에서 제일 못생겨 보이고, 몸에선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등교를 할 바엔 세상이 망해 버렸으면 좋겠다. “가방 챙기라”고 말하는 엄마의 잔소리에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만다.

변해 버린 라일리를 보며 “뭔가 잘못됐다”며 패닉에 빠진 ‘감정 컨트롤 본부’ 속 기쁨이와 슬픔이, 까칠이, 버럭이, 소심이. 그들 앞에 홀연히 새 감정들이 등장한다. 모든 최악의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불안이와 조그마한 일에도 숨어 버리는 당황이, 누구든 샘을 내는 부럽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따분이다. 제멋대로 머릿속에 쳐들어온 새 감정들은 기존 감정들이 ‘쿨한 라일리’ 만들기에 방해된다며 병에 가둬 버리고, 기존 감정들은 라일리를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영화는 사춘기라는 당혹스러운 시기의 머릿속을 절묘하게 표현해냈다. 갑자기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것은 ‘감정 컨트롤 본부’ 속 콘솔이 ‘예민 모드’에 돌입해서고, 친해지고픈 친구들 앞에서는 당황과 부러움이 뒤엉켜 횡설수설하는 식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공장’이란 픽사의 별칭답게 신작 역시 아이들보다 이미 사춘기를 겪어낸 어른들에게 더욱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것 같다. 사춘기 때 해봤을 비이성적인 사고와 행동들이 새록새록 생각나 웃음 짓게 된다. 자녀가 사춘기를 앞둔 부모라면 “드디어 올 게 왔군. 앞으로 10년 동안 펼쳐질 난리통의 예고편이야”라고 읊조리는 라일리 엄마의 대사가 마음에 콕 박혀 웃프겠다(웃긴데 슬프다). 픽사팀은 이번 영화를 위해 10대 소녀 9명으로 이뤄진 ‘라일리 크루’를 결성해 3년 동안 교류하며 이들의 의견을 영화에 적극 반영했다고 한다.

참신한 소재를 유지하면서도 어른이 되어 가는 내면의 성장통으로 주제를 확장한 점은 전편보다 뛰어나다. 전편이 ‘기억’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자아’와 ‘신념’ 개념을 가져왔다. 불안으로 인해 라일리의 자아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기쁨이가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건가 봐. 기쁨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하며 온몸으로 라일리를 위로하는 장면은 영화관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올 만큼 감동적이다. 다만 전편보다 늘어난 감정 캐릭터 탓에 영화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진다. 자아와 자존감이라는 개념이 어린 관객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겠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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