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인공지능 거버넌스 정비 시급하다
점점 우리 일상에 인공지능(AI)이 스며들면서 AI 정책이나 규제에 관한 관심도 뜨거워진다. 고유한 기능이나 이해관계를 가진 정부부처들도 각자의 입장에서 AI 정책과 규제를 형성, 집행한다.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을 위한 행정명령을 수행하는 연방기관은 국립표준기술연구소, 상무부, 백악관 관리예산실, 국토안보부, 노동부, 에너지부, 저작권청, 특허상표청 8곳에 이른다. 행정명령 대상은 아니지만 법무부, 연방거래위원회, 연방통신위원회도 AI 규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책부서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규제기관이 AI 정책과 규제에 관심을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정책과 규제의 총괄부서 역할을 한다. 2019년 'AI 국가전략'을 시작으로 초거대 AI 경쟁력 강화방안, 전 국민 AI 일상화 계획 등 정책은 물론 AI 윤리기준, 디지털 권리장전, 새로운 디지털질서 정립 추진계획 등 규제계획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최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분야에 AI를 활용할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AI 시대의 신(新)산업정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 정책부서로서 지난해 12월 창작자와 생성형 AI 기업 간의 적절한 보상체계 마련 등이 포함된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마련했고 올해 학계·법조계·산업기술계 등으로 구성된 회의체인 AI-저작권 워킹그룹을 통해 구체적 이행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해 8월 AI 시대 안전한 개인정보 활용 정책방향을 발표했는데 거기에는 기업들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사전적정성 검토제 외에 AI 개발, 활용과정에서 개인정보 이슈 해소를 위한 7대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비정형데이터 가명처리 기준, 생체인식정보 규율체계, 공개된 정보활용 가이드라인, 이동형 영상기기 촬영정보 활용 가이드라인, AI 투명성 확보 가이드라인, 합성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등이 그것이다.
공정위는 빅테크 규제의 일환으로 알고리즘 규제를 집행 중이다. 지난해 1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제정, 시행하면서 알고리즘 조작 사례에 대한 제재를 본격화했다. 이미 2020년 비교쇼핑 서비스 검색결과에서 자사 판매상품이 상단에 노출되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왜곡한 네이버의 행위를 제재했다. 지난해 2월에는 카카오T가 자사 가맹기사에게 유리하게 배차알고리즘을 운영해 승객의 호출을 몰아준 행위를 제재했다. 최근에는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정해 자사 PB상품을 상위에 노출했다고 보고 이를 제재하기 위한 전원회의를 진행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포털사 뉴스서비스 알고리즘의 투명성 증진, 딥페이크 등을 이용한 허위조작정보 확산방지, AI 콘텐츠 워터마크 표시 등을 추진함과 동시에 AI의 부작용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AI서비스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여러 부처가 경쟁적으로 정책과 규제를 추진하면서 현 정부의 AI 3대 정책목표인 혁신, 안전, 포용이 균형적으로 고려되기보다 상대적으로 집행이 용이한 안전문제가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과기정통부, 산업부를 제외한 다른 부처들은 안전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부처의 목표나 규제에 친한 위원회 조직의 한계라는 점이 인정되지만 보다 상위기구로서 컨트롤타워의 조정이 없다면 한국의 AI 정책은 갈 길을 잃을 것이다. 현 정부가 시행령을 근거로 추진 중인 대통령 직속의 국가AI위원회가 조속히 구성돼 혁신, 안전, 포용이 균형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다. 또한 AI 기본법이 없는 AI 거버넌스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22대 국회가 출범한 이상 여야는 AI 기본법 제정을 시급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기술법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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