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수낙 “7월 4일 선거” 깜짝 발표

류재민 기자 2024. 6. 1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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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스타머 차기 총리 유력

세계 40여 국가가 대선·총선 등을 치르는 ‘수퍼 선거의 해’인 올해 당초 계획에 없던 빅 이벤트 두 건이 추가됐다. 프랑스(30일)와 영국(7월 4일)이 조기 총선을 치르기로 한 것이다. 서유럽을 대표하는 양대 민주주의국가에서 정치적 위기에 몰린 40대 젊은 지도자가 난국 타개를 위해 ‘의회 해산’이라는 초강력 승부수를 던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선거 결과에 따라 글로벌 정세까지 요동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시선이 두 나라로 쏠리고 있다.

4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리시 수낵 영국 총리 겸 보수당 대표와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TV 토론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다음 달 4일 총선을 앞둔 영국은 본격적인 ‘선거 모드’에 돌입했다. 지난달 22일 리시 수낙 총리가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깜짝 발표를 한 지 약 3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집권 보수당과 이에 맞서는 제1야당 노동당은 준비했다는 듯이 선거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노동당 지지율은 44%로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보수당(23%)의 약 2배 수준을 기록 중이다.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 지난 14년간 장기 집권해 온 보수당의 실정(失政)에 대한 ‘심판론’이 여론을 지배하는 상황이다. 영국의 낮은 성장률과 물가 급등, 의료 시스템 개혁 실패, 이민자 급증 등의 사회문제에 보수당이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며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무리한 브렉시트(2020년 영국의 EU 탈퇴)도 타격을 줬다. 영국 국민의 57%가 ‘(보수당이 주도한) 브렉시트는 잘못된 선택’이라는 의견을 갖고 있다.

그래픽=백형선

지난달 2일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은 직선 광역 단체장 11석 중 한 석만 얻어 열 곳에서 승리한 노동당에 참패했다. 불리한 구도를 뒤집고자 수낙 총리가 원래 10~11월쯤으로 예상되던 총선을 훨씬 앞당기는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돌아선 민심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다급해진 보수당은 의무 복무제 부활, 감세 등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호국(護國)과 ‘작은 정부’라는 전형적 보수의 가치를 선호하는 정통 지지층에 호소하겠다는 전략이다. 수낙 총리는 11일 ‘보수당 총선 정책 공약 발표’ 행사를 열어 재집권 시 2030년까지 연간 170억파운드(약 30조원)로 감세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파격적 공약에도 보수당은 이미 10년 넘는 집권 기간에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민심을 잃어 지지율 반등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토끼’인 강성 보수 지지층은 놓쳤고 ‘산토끼’인 중도층은 더 멀리 도망갔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보수당은) 지난 몇 년간 엄격한 재정 규율을 주장하다가 무분별한 감세 정책을 내놓았고, 스스로 ‘탄소 제로’를 위한 법안을 만들더니 이젠 친환경주의자들을 공격하는 등 모순적 행보를 보여 왔다. 새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극우 포퓰리즘 성향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영국개혁당이 지지율 10%를 넘어서며 보수층의 표를 깎아 먹는 것도 악재다.

다음 총리 야심 - 11일 키어 스타머(왼쪽) 영국 노동당 대표가 총선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미들즈브러시(市)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칫솔 사용법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 달 조기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의 참패가 예측되는 가운데 스타머 대표는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하면 14년 만의 정권 교체가 된다. /AP 연합뉴스

지지율이 높아지며 유력한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는 과격한 좌파 성향 정책 대신 ‘국가 정상화’라는, 중도에 가까운 상식적 공약을 내세우며 유동층(流動層) 포섭 노선을 취하고 있다. 증세는 하겠지만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 지출 규정을 엄격히 지키고, 국경 안보본부 신설로 불법 이민을 막겠다고 밝혔다. ‘돈 뿌리기’라고 비난받는 과도한 복지, 이주민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정책은 멀리해 실용적이고 실력 있는 진보당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지난 4일 펼쳐진 수낙 총리와 스타머 대표의 1차 TV 토론은 이 같은 구도를 명확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타머 대표가 ‘정권 심판론’을 부각했지만, 수낙 총리는 노동당의 ‘증세 논란’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수낙 총리는 “세금 인상은 노동당의 DNA에 있는 것이어서, 여러분의 일·자동차·연금 등 모든 것에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스타머 대표는 이에 “보수당에 5년을 더 주면 방화범에게 성냥을 되돌려주는 꼴”이라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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