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형’ 보다 낫네… 주담대 ‘5년 주기형’이 대세
최근 주택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주담대 중에서 금리가 5년 단위로 바뀌는 ‘주기(週期)형’ 대출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상품의 장점을 절충한 상품으로 금리 수준도 낮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이 올해 2월 ‘스트레스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 제도를 시행하면서 변동금리 상품의 대출 한도가 줄어든 것도 주기형 대출이 각광받는 배경 중 하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혼합형(금리 5년 고정 후 변동으로 전환)’이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고정·변동금리의 특징을 섞은 ‘하이브리드 금리’를 대표했다면, 이제는 ‘주기형’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점 많은 주기형 주택담보대출
12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 대출은 5조4000억원 늘었다. 지난 4월(4조1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확대된 것으로, 2월(-1조9000억원)과 3월(-4조9000억원) 연속으로 감소했던 가계 대출 규모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최근 가계 대출 급증세의 배경에는 주담대가 있다. 부동산 경기 회복과 전세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집을 사려는 이들이 늘면서 주담대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주담대는 지난달에만 5조4000억원 증가했다. 늘어난 가계대출이 모두 주담대에서 발생한 것이다.
주담대는 금리 적용 방식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만기 내내 처음 정한 금리가 적용되는 ‘고정형’, 6개월마다 금리가 변하는 ‘변동형’, 5년간 금리가 고정되고 이후 변동형으로 전환돼 6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혼합형’, 5년마다 금리가 바뀌는 ‘주기형’ 등이다.
이 중 고정형은 취약 계층 등에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정책 상품 외에는 거의 취급되지 않는다. 금리가 어떻게 출렁일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만기가 10~30년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고정하는 것은 은행과 돈을 빌리는 사람 모두에게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혼합형이 사실상 ‘고정형’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나면 변동형으로 전환돼 금리 변동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 문제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주기형 대출이다. 주기형은 5년 단위로 금리가 묶이기 때문에 중·장기적 금리 변동 위험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5년마다 금리를 다시 산정할 때, 기본 금리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하지만 은행이 마진을 위해 붙이는 ‘가산금리’는 대출 기간 내내 고정된다는 것도 주기형의 큰 장점으로 꼽힌다.
◇주기형 주택담보대출, 최근 급증세
주기형이 혼합형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은행권 주기형 대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주기형 주담대 잔액은 68조4076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34% 늘었다. 전체 주담대에서 주기형의 비율도 올 들어 혼합형 비율을 넘어섰다. 2022년 말 주기형·혼합형 비율은 각각 16.2%, 27.1%였는데 지난달 말에는 27.2%, 21.2%로 역전됐다.
지난 2월 금융권에 ‘스트레스 DSR’이 시행된 것도 주기형 대출이 늘어난 요인으로 꼽힌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실제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제도다. 변동금리 대출은 가산금리를 100% 반영하지만, 주기형은 30%만 반영하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금융 당국이 은행권에 가계 대출의 변동금리 비율을 낮출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가운데 주기형이 ‘고정형’으로 분류되는 것도 은행들이 주기형 대출을 더 많이 유치하도록 하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
4대 은행의 주기형 주담대 평균 금리는 지난 10일 기준 최저 연 3.13~3.32% 정도로 혼합형과 같다. 주기형은 혼합형보다 장점이 많은데 금리도 같아서, 돈을 빌리는 사람이 혼합형을 선택할 필요가 거의 없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가계 부채 급증세는 경계해야겠지만, 준(準)고정형으로 볼 수 있는 주기형 비율이 커지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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