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소녀의 머릿속 점령한 불안… 내 모습 겹쳐 보여 어른도 울컥
뇌과학자들은 10대의 뇌를 브레이크 없는 스포츠카에 빗대곤 한다. 청소년기엔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이 미성숙한 탓에 별것 아닌 말에도 버럭 화를 내거나 눈물을 왈칵 쏟는다. 12일 개봉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2′는 사춘기 소녀의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비춘다. 급발진하는 감정의 질풍노도를 보며 깔깔대다가, 마지막엔 지금까지 나를 키워온 감정들을 돌아보며 눈물을 훔치게 된다. 관객 머릿속의 감정까지 살아 움직이게 하는 ‘인사이드 아웃’의 마법이 돌아왔다.
감정을 의인화한 애니메이션으로 496만 관객을 동원했던 ‘인사이드 아웃’(2015)의 속편이다. 주인공 라일리가 열세 살이 되면서 기쁨·슬픔·버럭·소심·까칠이가 통제하던 감정 제어 본부에 사춘기 경보가 울린다. 불안·당황·따분·부럽이라는 낯선 감정들이 들이닥치고 라일리를 180도 다른 사람으로 변하게 하면서 소동이 벌어진다. 켈시 만 감독은 “10대 청소년이 된다는 건 일종의 리모델링 공사와 같다. 일꾼들이 우르르 몰려와 감정 제어 본부를 때려 부수는 장면을 먼저 떠올리고 이야기를 확장해 나갔다”고 했다.
최근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의 부진한 성적과 감독 교체로 공개 전부터 우려가 컸으나, 전편 못지않게 완성도 높은 속편을 내놨다. 익숙한 기존 캐릭터는 반갑고, 개성 뚜렷한 새로운 캐릭터들도 매력적이다. 불안이는 신경을 곤두세운 듯한 머리 스타일에 이리저리 눈을 굴리고, 당황이는 부끄러울 때 얼굴이 붉어지듯 몸 전체가 발그레하다. 다채로운 감정들이 펼치는 액션도 한층 더 역동적이고 화려해졌다. 감정과 기억이 한 사람의 신념을 만들고, 자아를 형성해 가는 성장 과정을 감정 캐릭터들의 모험으로 재치 있게 풀어냈다.
속편의 빌런은 ‘불안’이다. 고등학교 아이스하키팀에 선발되고 싶어 하는 라일리를 새벽부터 훈련하게끔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지만, 밤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해 내며 라일리를 괴롭히는 주범이기도 하다. 불안은 기쁨을 비롯한 기존의 감정들을 본부에서 내쫓고 감정 제어판을 장악한다. 불안에 사로잡혀 본래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린 어른이라면, 구석으로 밀려난 기쁨을 보며 울컥하게 될 것이다.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역시나 공감이다. 침대에 누우면 부정적인 생각들이 떠올라 잠을 설치거나, 남에게 잘 보이려고 허세를 부리는 등 일상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상황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재해석한다. 감정 캐릭터 하나하나에 공감하게 만들며, 마지막엔 라일리를 보호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종종대는 불안마저 꼭 안아주고 싶어진다. 제작진은 10대 소녀의 감정을 실감 나게 묘사하고자 미국 전역의 13~16세 소녀 9명을 모아 ‘라일리 팀’을 꾸렸고, 3년간 주기적으로 피드백을 받아가며 영화를 완성했다.
흰머리에 찻잔을 들고 과거의 향수에 젖게 만드는 ‘추억 할머니(nostalgia)’는 최고의 신스틸러로 픽사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그동안 ‘토이 스토리’나 ‘몬스터 주식회사’ 같은 픽사의 대형 히트작들은 깊숙이 묻혀 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내며 어른들까지 사로잡았다. 최근 픽사의 연이은 흥행 실패 이후, ‘인사이드 아웃’의 감독이자 픽사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가 된 피트 닥터는 앞으로 대다수가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겠다고 예고했다. 그의 약속처럼 ‘인사이드 아웃2′는 모두의 추억 할머니를 불러내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사랑했던 픽사의 귀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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