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연결되자 포르노 중독? 아마존 마루보족, 가짜뉴스에 ‘발끈’

김명진 기자 2024. 6. 1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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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열대우림. /EPA·연합뉴스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생활하는 토착 부족 마루보족에 인공위성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개통된 뒤, 음란물에 중독된 부족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가짜 뉴스’가 최근 소셜미디어상에 퍼졌다. 그러자 마루보족 소식을 처음 전한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마루보족은 포르노에 중독되지 않았다”며 반박 기사를 냈다.

NYT 잭 니카스 기자는 11일(현지 시각) 이런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난 주 동안 전 세계 100개 이상 사이트에서 ‘마루보족이 포르노에 중독됐다’고 허위 주장하는 헤드라인을 게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일 아마존 깊은 밀림에 살고 있는 마루보족의 일상이 2개월 전 인터넷이 개통된 뒤 어떻게 달라졌는지 소개하는 기사를 냈다. 지난 4월 이들 부족이 사는 브라질 마을을 방문 취재해 쓴 기사였다. 기사에서는 2000여명의 마루보 부족원들이 초고속 인터넷을 접한 뒤, 마을끼리 연락을 주고받거나, 사랑하는 이들과 문자를 주고 받고, 때로는 긴급 상황을 알리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으로 외부 세계와 연결되는 것이 깊은 숲속에 살며 대대로 보존된 부족 고유 문화를 무너뜨릴까봐 우려된다는 일부 마루보족 의견도 소개했다. 인터넷 개통으로 이 부족 10대 청소년들이 휴대전화에 붙어 살기 시작했고, 일부는 음란물을 보는 경우도 있다며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사가 보도된 뒤 뉴욕포스트와 TMZ 등 일부 매체들이 기사 취지를 왜곡해 ‘마루보족이 포르노에 빠졌다’는 내용으로 보도했다는 것이 NYT 잭 니카스 기자 주장이다.

NYT에 따르면, 뉴욕포스트가 “(마루보족이) 포르노에 푹 빠졌다”는 내용으로 처음 NYT 기사를 인용 보도한 이후, 수십개 언론이 비슷한 제목으로 기사를 받아갔다. 특히 미 연예매체 TMZ는 “부족의 스타링크 연결은 포르노 중독으로 이어졌다!”는 제목으로 NYT 기사를 소개했다고 한다.

NYT는 내용을 왜곡해 소개하는 사이트 대부분이 타언론사 기사를 재가공해 온라인에 올리는 사이트들이었다면서, 이들은 광고 판매를 위해 선정적인 제목을 다는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을 올린다고 지적했다.

잭 니카스 기자는 “마루보족 사람들은 음란물에 중독되지 않았다”며 “(마루보족이 사는) 숲속 마을에선 그러한 일을 보지 못했으며 자사 기사는 그러한 사실을 암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마루보족 사람들도 반발했다.

마루보족의 지도자이자 스타링크 개통을 주도한 에녹 마루보는 인스타그램에 “이러한 주장은 근거 없는 거짓이며, 우리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무시하는 편향된 사상적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호사이자 원주민 권리 활동가로 일하는 엘리시오 마루보는 NYT에 이번 가짜뉴스의 확산이 인터넷의 또 다른 위험성을 보여줬다며 “인터넷은 많은 이점을 가져다주지만, 많은 어려움도 가져다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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