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한테 빨리 나가줘야 되는데 늦었어…” KIA 꽃범호의 영리함, 29세 수비왕은 왜 억울했나[MD인천]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머리 쪽으로 날아오니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지난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KIA 타이거즈는 1사 1,2루 찬스서 최원준이 선제 1타점 우전적시타를 날렸다. SSG 선발투수 드류 앤더슨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 앤더슨은 후속 박찬호 타석에서 보크를 범해 추가실점했다.
그러자 앤더슨의 5구가 박찬호의 머리 쪽으로 날아들어갔다. 깜짝 놀란 박찬호가 고개를 숙여 피했고, 폭투가 되면서 최원준이 3루에 들어갔다. 그런데 고개를 든 박찬호가 꽤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직감상 ‘빈볼’로 여겼던 셈이다.
이때 3루 덕아웃의 이범호 감독이 뛰어나와 구심에게 뭔가 어필했다. 박찬호에게도 뭐라고 얘기했다. 여러모로 노련한 대응이었다. 상황이 진정된 뒤 박찬호가 앤더슨에게 우중간 1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이범호 감독은 12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해당 상황 뒷얘기를 전했다.
이범호 감독은 우선 주심에게 “공이 머리 쪽으로 날아가니까, 난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사구는 야구의 일부분이지만, 머리에 맞는 건 모든 선수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헬멧을 쓰고 있지만, (투구가 머리로 날아가면)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머리 쪽은 경계해야 한다. 머리 쪽으로 날아오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고, 심판진도 잘 보고 있으니 체크하겠다고 했다”라고 했다.
박찬호로선 감독이 직접 그라운드에 나와 구심에게 어필하는 것 자체로 든든했을 것이다. 이범호 감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박찬호를 직접 안정시켰다. 박찬호도 이범호 감독에게 앤더슨이 자신에게 빈볼을 던진 것 같다고 얘기했다고.
이범호 감독은 “찬호도 흥분한 것 같았다. 찬호 흥분도 가라앉히기도 해야 하고, 머리로 날아와서 시간적인 여유도 좀 줘야 할 것 같았고, 차분하게 만들기 위해 ‘알았다’고 그랬다”라고 했다. 감독에게 하소연한 박찬호를 달래줬다는 것.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선수라면 그런 상황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 입장에선 화가 나겠지만, 그런 부분도 참을 줄 알아야 한다. 플레이를 통해 이겨낼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좀 자제시키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웃더니 “안 나가주면 (박찬호가)삐치니까, 우리 찬호 같은 경우는 빨리 나가줘야 하는데 내가 좀 늦었다. 더 빨리 가야 했는데. 선수 안정을 시켜주는 것도 코칭스태프가 해야 하는 일이다. 편안하게 하라고 했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그 찰나에 경기흐름과 선수의 심리, 어필 사항까지 머리 속에 정리돼 있었다. 그렇다면 이범호 감독은 앤더슨이 박찬호에게 빈볼을 던졌다고 생각한 것일까. 민감한 부분이라 즉답을 피했다. 대신 이범호 감독은 “(앤더슨이)보크를 범했으니까, 화가 났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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