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 대표 재판 대선 前 확정으로 정치 사회 불확실성 없애야
검찰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며칠 전 법원은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 대표가 공범 혐의로 기소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과 같다. 이 사건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2019년 이화영씨 요청으로 북한에 스마트팜 사업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등 총 800만달러를 대납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면서 ‘대납 사실이 이화영씨를 통해 이 대표에게 보고됐고, 그 과정에서 이 대표와 두 차례 직접 통화도 했다’는 김 전 회장 진술도 신빙성이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일관되게 “사건 조작”이라고 한다. 앞으로 재판을 통해 이 대표의 유, 무죄가 판명될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 대표 재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느냐는 것이다. 이 대표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사건 대법원 확정 판결이 대선 전까지 나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만약 이 대표가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에 출마하면 큰 사회적 논란이 벌어질 것이다. 재판 중인 피고인이 대통령에 출마한 전례가 없다. 이 대표가 당선될 경우 재판이 중단되느냐는 헌법적 논란도 벌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 외에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만 돼 있고 진행 중이던 재판에 대한 언급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혼란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법원이 대선 전에 확정 판결을 내리는 것이다. 1·2·3심 모두 집중심리를 통해 재판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법원이 이 대표 사건에서 보여온 모습을 보면 과연 그러겠느냐는 의구심이 든다. 이 대표는 이미 대장동 비리, 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사건 등 3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사건은 비교적 간단한 사건이다. 위증 교사 사건에선 위증한 당사자가 이미 혐의도 인정했다. 그런데도 두 사건은 각각 1년 9개월,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1심 선고도 안 나왔다.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장은 재판을 1년 4개월 끌다 선고도 하지 않고 돌연 사표를 내기도 했다. 민주당의 사법 방해도 심각하다. 최근 대북 송금 사건 수사 검사에 대한 특검법을 발의했고, 검사는 물론 판사까지 처벌할 수 있는 ‘법 왜곡죄’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판사 탄핵까지 할 수도 있다.
법원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대선 전에 이 대표의 무죄, 유죄를 가려 정치 사회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 이는 사법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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