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양 간다는 푸틴, ‘레드 라인’ 넘지 말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 북한과 베트남을 순방할 것이란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김일성광장에 푸틴 환영 행사 용도로 추정되는 구조물이 설치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정부 당국은 푸틴이 다음 주 초 방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방북이 이뤄지면 김정일 집권 당시인 2000년 이후 24년 만이 된다. 김정은과 푸틴의 만남은 작년 9월 극동에서 회담한 지 9개월 만이다.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서 포탄 부족에 시달리던 러시아는 작년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어려움을 상당 부분 극복했다. 군수 공장을 풀가동한 북한의 전폭적인 탄약 지원 덕분이다. 북이 러시아에 보낸 컨테이너가 지난 2월까지 파악된 것만 6700여 개다. 152㎜ 포탄 기준 300만발 이상이 실렸을 것으로 보인다. 그 대가로 러시아는 지난 2월까지 9000개가 넘는 컨테이너를 북에 보냈다. 각종 지원 물자가 들었을 것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과 대놓고 무기 거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러시아의 치욕이다. 러시아가 이로 인해 실추된 위상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큰 문제는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이다. 북한은 핵 추진 잠수함, ICBM, 정찰위성, 전투기 등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고 한다.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는 아무리 가까운 나라에도 첨단 무기 기술을 이전한 사례가 없다지만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워낙 다급해 이 원칙이 흔들릴 수도 있다.
24년 만에 방북하는 푸틴이 빈손으로 김정은을 만나진 않을 것이다. 불리한 전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데 북한 덕을 본 만큼 식량 지원 이상의 성의 표시를 할 가능성이 크다. 푸틴이 김정은에게 지원하는 무기는 곧바로 한국민을 위협한다. 푸틴의 행위는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적대 행위라는 뜻이다. 푸틴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국이 이에 대응할 수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낡은 포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치명적 수단이다.
며칠 전 주한 러시아 대사는 “한국이 레드 라인을 넘으면 양국 관계는 영구적으로 손상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 레드 라인 근처에 서 있는 것은 푸틴이다. 모든 것은 푸틴의 행동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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