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Knock] 올해만 49건 피해 신청, 부동산시장 왜곡 현상 심각

김덕형 2024. 6. 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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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전세사기 ‘빨간불’
1년간 2만4175건 사기피해 신청
도내 168건 원주·강릉·홍천 순
1~4월 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
1조9062억원 전년비 76% 증가
빌라·연립 전세 기피현상 심화
국토부 임대차2법 폐지 입장에
비아파트 거주인구 절반 이상
도내 서민 주거안전망 훼손 우려

“ 인간으로서 의식주는 가장 기본인데…”

강릉에 거주하는 김 씨는 지난 3월 법원으로부터 전셋집이 경매에 부쳐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놀란 김 씨는 집주인에게 연락했지만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김 씨는 지난 달 정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현재는 전세금 반환 소송을 준비중이다. 그는 “등기부등본을 떼보니 근저당이 거의 15억원이나 잡혀있다. 임차인이 많다보니 최우선 변제금도 돌려받지 못할 것 같다”며 “대학 졸업 후 모아놓은 돈으로 은행 대출금을 우선 갚을 생각이다. 변호사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막막하다”고 억울해했다.

■ 전세 사기 ‘현재 진행형’

2022년 12월, 주택 시장을 뒤흔든 사건이 터졌다. 서울 강서구 일대 주택 1500여 채를 소유한 빌라왕 김 모씨의 전세사기 행각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 수사 결과 김 씨를 포함한 공범 3명은 1668명의 피해자로부터 3280억원의 전세보증금을 빼돌렸다. 이들은 집값과 비슷하거나 높은 가격으로 전세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통해 또 다른 집을 사들였다. 전형적인 갭투자 수법이다.

전세사기 여파가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자 결정 현황을 보면 2023년 6월부터 지난달 22일까지 전국 지자체에 2만 4175건의 전세사기피해자 신청 접수가 이뤄졌다. 그 가운데 1만 7060건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됐다. 피해자 인정은 수도권이 1만 554건으로 61.9%를 차지했으며 강원도(168건)는 제주(60건), 울산(130건), 충북(139건), 충남(152건)에 이어 전국 17개 지역 중 열세번 째에 위치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원주시가 105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릉시(43건)와 홍천군(16건), 철원군(12건) 순이었다.

전세사기는 여전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올해 1~4월까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갚은 전세보증금(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1조 9062억원이었다. 지난해 1~4월보다 76% 많다. 올해 1~4월 강원도 전세사기피해자 신청은 49건 이뤄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강원지역 전세보증금 사고 사례도 지속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지난해 원주시에서 2~3명의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전세사기피해자 신청을 최근에도 접수하고 있다”고 했다.

■ 강원지역 주택 시장 왜곡

전세 사기는 국내 주택 전세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전세사기는 신축 빌라에서 주로 이뤄졌다. 새로 지은 빌라 가격을 가늠하기 어려운 걸 악용해 전세금을 집값과 비슷하거나 높게 놓고 빼돌리는 방식이다. 전세 사기를 접한 세입자들이 신축 빌라를 기피하자, 전세 수요는 빌라에서 아파트로 옮겨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말 강원지역 아파트 전세 계약은 전년보다 5.57%(1만 7788건→1만 6796건) 감소했다. 반면, 연립다세대 주택은 13.5%(585건→506건), 단독다가구 주택은 35.3%(4719건→3051건) 줄었다. 빌라 전세 수요가 아파트에 비해 급감한 것이다. 아파트 전세 물량은 품귀 현상을 보인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을 보면 지난 11일 기준 아파트 전세 물량은 2018개로 지난해 같은기간 (2127개)보다 109개(-5.2%) 적다.

■ 정부 ‘규제 완화 일변도’

전세 수요가 아파트에 몰리면 강원도 주거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2년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도내 단독·연립주택 비중은 47.2%로 전국 평균(41%)보다 높다. 반면 아파트 비중은 47.5%로 전국에서 여섯번 째로 낮다. 오피스텔이나 고시원 등을 포함하면 강원지역 비아파트 거주 인구는 절반을 넘는다. 이들 주택은 대표적인 서민 주거 공간이다.

정부의 임대차2법 폐지 입장은 서민 주거 안전망 훼손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될 수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전세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폐지를 시사했다. 2020년 6월 개정된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에게 전세 계약갱신청구 권한을 부여해 전세 거주 기간을 기존 2년에서 4년까지 보장한다. 전월세 보증금 인상 폭을 5%로 묶는 전월세상한제도 담겼다. 전셋값이 최근 또 다시 오르는 가운데, 임대차 2법까지 폐지된다면 서민 주거 불안은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김승희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종료된 전세 매물이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되면 전세 가격 구조가 불안정해진다는 입장”이라며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시장이 어느정도 적응했고, 주거 안정 측면이나 시장에 미치는 여파를 고려했을 때 법 자체를 폐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김덕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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