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의 Energy 지정학] 사우디産 석유 수입… 5년간 美는 반 토막 냈고 中은 60% 늘렸다
동해에 대규모 원유 및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대통령의 6월 3일 발표 이후 대한민국이 산유국이 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과 논란이 뜨거웠다. 올해 말 예정된 시추를 통해 정확하게 드러나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국민 대부분은 대한민국이 산유국이 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체적인 에너지원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에게 산유국은 부의 상징이며, 우리도 이번 기회를 통해 그런 부를 누리고 싶다는 마음인 것이다.
산유국의 대표적인 존재는 사우디아리비아다. 세계 원유 매장량의 15%에 해당하는 2260억배럴을 보유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2022년을 기준으로 하루 104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이 가운데 730만배럴을 수출하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전체 수출량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수출하는 원유의 79%는 아시아 국가로 향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전체 원유 수출량의 25%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그다음이 일본(15%), 대한민국(14%), 인도(12%) 순이다. 최근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수출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대한 수출 비율은 2018년 12%에서 2022년 6%로 반 토막이 난 반면, 같은 기간 중국 비율은 16%에서 25%로 증가하였다. 미국은 대랑의 셰일오일 생산으로 사우디 원유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한 반면, 중국은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사우디로부터의 수입이 늘어났다. 원유 수출로 국가 경제를 운영해야 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 보자면 중국이 미국보다 훨씬 중요해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의 최대 고민은 원유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유전인 가와르 유전을 비롯한 초대형 유전 5개에 의존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최대 원유 생산량을 2027년 하루 1300만배럴까지 증가시킬 예정인데, 만약 최대 수준으로 원유를 뽑아낸다면 약 50년 후에는 고갈될 수 있다. 최대한 오랫동안 원유를 수출해야 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의 원유 소비를 줄여 더 오래 수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1960년 400만명에서 2021년 3600만명으로 폭증한 인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고민이다. 인구 증가 및 생활 수준 향상에 따라 해수 담수화 및 전력 생산 등 국내 소비를 위해 사용되는 원유의 양이 전체 생산량의 35% 수준인 하루 360만배럴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수입의 70%를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로서는 내수 소비 증가에 따른 수출량 감소를 감내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체 전력 생산의 40%는 원유로, 60%는 천연가스가 담당하는 구조로 점차 변화시켜 왔다. 하지만 2000년부터 2021년 사이 1인당 전력 소비량이 90% 증가한 데서 볼 수 있듯이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전력 수요 증가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전력 수요 억제를 위해 2018년부터 가정용 전력 요금을 260% 인상하기도 했지만 kWh당 요금이 0.18리얄(약 66원)에 불과해 우리나라의 121.32원과 비교해 보면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누진제의 경우 6000kWh까지는 적용되지 않아 소비 억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6000kWh를 사용한다면 전기 요금은 약 213만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사우디에서는 약 4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전력 생산에 대한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인구 밀도가 낮은 넓은 영토를 보유하고 있으며, 풍부한 일조량과 풍량을 보유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2030년까지 58.7GW의 설비용량을 갖춰 전체 전력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함으로써 원유를 전력 생산에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자국 전력 소비를 태양광으로 충당하는 것을 넘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이용해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녹색 수소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독일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수소를 생산할 경우 kg당 5달러가 들지만 사우디에서는 1~2달러면 되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녹색 수소를 인접한 유럽에는 파이프라인으로, 아시아에는 암모니아로 변환하여 공급한다는 것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구상이다.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총 85억달러를 투자하여 연간 120만톤의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설비를 건설 중이며, 인접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병행하여 그린수소 부문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 사우디아라바이의 미래 전략이다. 실제로 2023년 12월 이집트와의 계약 체결을 통해 최대 200만톤의 녹색 암모니아 생산 설비 투자를 계약한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북아프리카의 튀니지와 연간 20만톤 규모의 녹색 수소 생산 프로젝트에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산유국이지만 원유 이후의 에너지 시대에서도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고 자신이 위치한 좋은 입지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미래 에너지 시장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오일쇼크 시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의 건설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우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프로젝트에 대해 재생에너지 등 세부적인 분야를 분석하기보다는 도시 건설 사업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에너지 독립을 달성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시각이 아닌 우리의 눈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을 이해하고, 석유 이후의 시대를 바라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 구상과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수입 3위 국가라는 우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사우디에 9만t 이상의 우라늄 매장… 원전 발전에도 유리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자력발전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2019년 중국 국가원자력공사(CNNC)와 공동으로 자국 내 우라늄 매장 여부를 조사한 결과 중부와 북서부에 있는 세 지역에서 약 9만톤 이상의 경제성 있는 우라늄이 매장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세계 우라늄 매장량의 1.4~5%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자력발전 구상은 2006년 시작됐으며, 2010년 원자력 관련 기관을 설치하면서 본격화됐고 2013년에 원자력발전소 후보 부지 3곳을 선정했다. 당초 2016년부터 건설에 착수해 총 16기를 건설해 전체 전력 생산의 20%를 원자력발전소가 담당하도록 하는 구상이었지만 아직 계약자 선정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고 2015년 원자력연구원과 스마트 원자로 건설과 관련한 협력을 추진하는 등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사업에서 유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원자력 발전소 건설 능력을 보유한 모든 국가와 접촉하면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자력 구상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핵무기 보유 과정으로 간주되는 우라늄 농축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로서는 잠재적 적대국인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자신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핵 확산을 원치 않는 미국으로서는 수용하기 곤란한 조건이지만 그렇다고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 또는 중국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을 묵과하기도 곤란하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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