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플라자] ‘제N의 충주맨’, 내부에서 발굴할 수 있다
부산 강서구 소속 공무원 A씨는 2018년부터 겸직 허가 없이 웹소설 3편을 연재했다고 한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5년 동안 그가 웹소설로 벌어들인 돈은 8억4000만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강서구청장에게 A씨에게 지방공무원 복무에 관한 예규 등에 따라 적정한 조치를 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공무원에 대한 복무관리를 철저하게 하라고 주의를 주었다고 한다.
A씨는 근무시간과 초과근무시간 중에도 웹소설을 업로드했다고 하니, 공무원법에 규정된 성실근무에 대한 의무를 위반한 문제 있는 공무원임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동시에 A씨와 같이 능력을 갖춘 공무원들을 왜 정부는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기도 하다. 연간 1억6000만원이 넘는 수입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보듯, A씨는 대단히 뛰어난 역량을 갖춘 웹소설 작가다. 다만 그 역량을 공직 사회 내 업무에서 발휘되지 못했을 뿐이다.
충주시의 김선태 주무관은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구독자를 74만명까지 끌어올렸다. 충주시 인구 21만명의 3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충주댐 관련 환경 규제로 인해 중부내륙특별법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샘 스미스를 패러디한 홍보 영상은 조회수가 730만이다. 정부의 정책 보도자료는 외면해도, 김선태 주무관의 홍보영상은 시민들이 검색하고 찾아서 챙겨보고 있는 것이다.
강서구 공무원 A씨의 역량도 정부 조직 내에서 활용될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공공 부문 정책 스토리텔러로, 홍보물에 대한 기획 입안가로, 혹은 문화 콘텐츠와 관련된 그 외 다른 업무로 말이다. 공무원 A에게 공직에 대한 열정이 전혀 없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열정 없이 오랜 기간의 수험 준비 기간과 시험이라는 경쟁 과정을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니 말이다. 그보다는 A씨의 자질과 능력에 걸맞은 업무가 A씨에게 주어지지 않아, 공직 내에서 A씨의 능력이 발휘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 공무원에 대한 인사 관리는 계급제를 근간으로 한다. 이는 동일한 계급의 사람은 같은 능력과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하는 인사 관리 방식이다. 대령 계급을 갖춘 사람은 대부분의 부대에서 여단장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가정하고 보직을 배정하는 식이다. 특정 계급을 갖추었다면 동 계급이 수행하도록 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다고 보기에 실제 적성과 능력에 기반한 인사 관리로 이어지기가 어렵다. 일반적인 공무원이 갖추어야 할 역량을 배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도 하지만, 그보다 주먹구구식 순환 보직 관행이나 연공서열식 승진 업무 부여를 초래하기 쉽다. 공무원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업무를 수행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국민들 입장에서는 업무 담당자인 공무원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인식하게 만든다.
공직사회에서의 인사 부여 관행을 바꾸어야 한다. 개별 직무의 특성을 분석하여 그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자질을 갖춘 공무원을 배치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A씨와 같은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 김선태 주무관과 같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능력 있는 공무원이 이룬 성과에 대해서는 그에 걸맞은 보상을 지급할 필요도 있다. 누군가는 ‘보수가 부족하면 공무원을 그만두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무원의 능력과 자질이 부족했을 때 발생하는 결과물을 우리는 잼버리 사태 등을 통해 학습하지 않았나. 능력 있는 인재가 공직사회를 이탈하고 무능력한 공무원으로 공직사회가 채워진다면 그 끝에 우리는 국가 재정의 낭비와 국가 인프라의 후퇴를 경험할 것이다. 공무원이 자신의 능력을 공직 사회 내에서 펼치고, 그것이 국가의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공직문화를 개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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