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뇌는 불안을 흡수하며 진화한다
놀람·분노·기쁨 감정 생겨
불확실성에 유연함 갖추면
불안에 대한 적응력 키워져
뇌가 진화한 이유가 무엇일까?
뇌는 DNA가 가지고 있던 한계를 학습과 기억을 통해 보완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가 뇌를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세상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다.
뇌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해 보라고 하면, ‘예측기계(Prediction Machine)’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즉, 뇌가 하는 일 중 대부분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하나의 모델로 만들어 저장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일어나게 될 일들을 예측하는 것이다. 감정을 설명하는 가장 최신의 뇌과학 이론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뇌가 예측한 모델과 현실에서의 경험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도 이야기한다. 놀람, 분노, 혐오, 기쁨 같은 모든 감정은 뇌의 예측이 어긋났을 때 일어난다. 우리가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뇌가 세상의 경험과 뇌 안의 모델을 맞춰 나가고 업데이트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요즘 자주 경험하는 감정 중 하나가 ‘불안’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과연 AI와 로봇의 시대에도 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매일 하루하루 우리는 불안을 경험한다. 흥미롭게도 우리의 뇌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생겨나게 된 대표적인 감정이 하나 있는데, 바로 ‘불안’이다. 미래를 예측할 줄 모르는 갓난아기의 뇌는 ‘불안’을 경험하지 못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불안’은 대부분 우리의 기억과 상상에 의거한 ‘예기 불안’이기 때문이다. ‘예기 불안’은 경험이 쌓여 기억이 생겨나거나,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나야 경험할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과거를 통해 기억하고 학습하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생겨났기에 우리의 뇌는 불안도 함께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뇌가 더 큰 불안함을 느끼는가?
불확실성에 대한 유연성이 높은 뇌는 불안함을 덜 느끼는 반면, 내 경험에 의거해 미래를 예측하는 과정이 깨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뇌는 불안함과 스트레스를 훨씬 많이 느낀다고 알려져 있다. 세상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불확실성이 높은 곳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뇌가 더 큰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물리적 세상 그리고 우리의 뇌가 경험하고 있는 세상은 같지 않다.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사실 우리의 뇌가 만들어 놓은 모델일 뿐이다. 다만, 그 모델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유리하기 때문에 뇌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하지만 그 모델이 실제 세상의 경험에 부딪쳐 깨질 때 우리는 상처받고, 스트레스 받고,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들 속에 파묻히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의 뇌가 왜 진화했는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스스로의 모델을 계속해서 깨부수고 업데이트할 수 있기 위해서. 즉, 타고난 우리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우리의 뇌는 진화했다.
장동선 궁금한뇌과학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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