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홀하게 끝내서는 안될 선수” 사령탑 믿음에 3년 만의 3안타, 이재원 “감독님 실망시키면 안돼”
김경문 한화 감독은 12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베테랑 포수 이재원(37)을 선발로 내며 “잘했던 선수 아니냐. 소홀하게 끝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최악의 부진 끝에 자기가 먼저 방출을 요구했고, 단돈 5000만원에 새 구단과 계약을 맺었지만 그렇게 선수 생활을 마감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선수가 감독의 그런 기대를 모를 리 없다. 이재원은 이날 4타수 3안타를 때렸다. 이재원의 1경기 3안타는 2021년 9월 23일 롯데전 이후 993일 만이다.
이재원은 3-3 동점이던 9회초에도 선두 타자로 나와 우전 안타로 치고 나갔다. 이재원을 대신해 들어간 주자 하주석이 1사 후 3루까지 진루해 문현빈의 스퀴즈 번트에 홈을 밟았다. 이재원의 안타가 결승점으로 이어졌다.
경기 후 이재원은 “포수로 나가서 어떻게든 한 점이라도 덜 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오늘은 운 좋게 결과가 잘 나온 것 같다”고 웃었다. 3년 만의 1경기 3안타에 대해서는 “운이 좋았다. 베테랑이라고 팀원들이 많이 축하해 주니 많이 감사할 따름”이라며 “여기서 최고참인데 후배들이 파이팅도 많이 해주니까 선배로서 고맙고, 솔선수범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재원은 불과 27경기에 나가 타율 0.091을 기록했다. 시즌 내내 친 안타가 고작 4개였다. 한때 리그에서 손꼽히는 공격형 포수였지만 노쇠화를 이기지 못했다. 시즌을 마치고 이재원이 먼저 방출을 요구했고, 한화와 5000만원에 계약했다. 이재원은 “나이를 먹다 보면 아무래도 기대치도 떨어지고, 이제는 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주위에서 많이 하다 보니 저도 위축되는 게 사실이지만 그것도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 데뷔 후 SSG(SK 포함) 한 팀에서만 뛰었던 이재원이 팀을 옮긴다는 것 자체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이재원은 “제가 하고 싶었던 야구를 좀 더 하고 싶었다”며 “전 팀(SSG)에는 미안한 마음이 많다. 그래서 여기서만큼은 좀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감독의 믿음에도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재원은 “감독님께서 직접 말씀을 하신 건 아니지만, 사실 기사로 봤다”면서 “그런 걸 보면 선수는 ‘할 수 있다’ ‘한번 해보자’ 그런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이재원은 “앞으로 잘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감독님이 계신 한 실망하시지 않게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더 커진 것 같다. 좀 더 책임감 있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실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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