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방식…물댄 논에 둥지 틀고 알 낳은 장다리물떼새
[앵커]
우리나라를 찾는 여름 철새 가운데 희귀종인 장다리물떼새가 있습니다.
최근 화성의 화옹호 간척지에서 관찰됐는데 써레질을 앞둔 논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 곤란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새와 공존하려는 사람의 노력, 송명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붉고 긴 다리, 하얀 몸에 검은 날개.
봄여름을 우리나라에서 나면서 번식하는 장다리물떼새입니다.
개체 수가 많지 않은 희귀종인데, 올해 이곳에서 둥지 6개가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다섯 쌍이 둥지를 틀고 알을 낳은 곳이 하필 모내기하려고 물을 대둔 논입니다.
[최종인/시화호 지킴이 : "잘못 선택을 한 거죠. 차라리 모를 심어놓은 데를 선택했더라면 괜찮을텐데 여기는 트랙터로 작업해야 하거든요. 트랙터로 갈면 물이 파도처럼 움직이거든요 둥지의 알이 물에 떠버리는 거죠."]
이렇게 목격된 게 처음도 아닙니다.
[주희원/사진작가 : "(저쪽에서) 5월 말에 부화해서 나갈 참인데 논을 갈아엎어서 (둥지가) 없어졌어요. 여기다가 다시 둥지를 틀고 알을 한 개씩 낳았더라고요."]
보다 못한 전문가와 사진작가들이 팔을 걷고, 논 주인도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큰 물통을 잘라 둥지를 두르고 진흙으로 둥지를 돋워 올립니다.
갑작스런 사람의 간섭에 어미새는 멀리서 안절부절.
[최종인/시화지킴이 : "자기 집 만지는데 누가 좋다고 하겠어요. 빨리 가라는 거잖아요, 내 둥지 왜 만지냐 이거죠."]
사람들이 자리를 비우자 이내 돌아오지만 잔뜩 경계한 채 탐색하기를 세 바퀴 반 다시, 알을 품습니다.
[최종인/시화호 지킴이 : "둥지를 각인했기 때문에 분명하게 들어옵니다. 방향 각도 그런 걸 다 알고 그 자리에다가 둥지를 해놨기 때문에..."]
닷새 뒤, 써레질이 끝난 논은 잡풀도 없이 휑해졌지만 다섯 둥지는 그대롭니다.
한쪽에선 부화한 흔적도, 뒤뚱뒤뚱 긴 다리의 아기 새도 멀리서 확인됩니다.
자연과 공존하려는 사람의 온기로 장다리물떼새 가족이 안전한 서식처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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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희 기자 (thimb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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