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서” 꽃 한 송이 꺾었다가 ‘절도’ 수사 받은 치매 할머니
대구지검, ‘기소유예’ 처분
아파트 화단에서 꽃을 꺾은 80대 할머니가 절도 혐의로 수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거주지 아파트 단지 내 화단에서 꽃을 꺾은 혐의(절도)로 A씨를 이달 초 검찰에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던 A씨는 지난 4월 초쯤 아파트 화단에서 노란색 꽃 한 송이를 꺾었다. 한 달쯤 지난 뒤에 A씨의 집에 경찰관이 들이닥쳤다. 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당시 경찰은 화단에서 꽃이 사라진 사실을 파악하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해 입주민인 A씨와 입주민이 아닌 80대 1명, 70대 1명 등 3명을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들은 아파트 화단에서 모두 11송이 꽃을 꺾은 혐의를 받는다.
관리사무소 측은 A씨 가족에게 KTX 무임승차 시 30배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 등을 들며 합의금 명목으로 35만원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평소 당뇨와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화단에 피어 있는 꽃이 예뻐 보여서 꺾었다”며 “이전에는 꽃을 꺾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절도는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아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사건이 접수되면 송치될 수밖에 없다. 대구지검은 이날 A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피의자가) 고령에다 사안이 경미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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