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느는데…“피해자 지원 버거워”
작년 피해 접수 1000명 증가
피해 영상 삭제만 24만여건
정원 39명으로 4년째 제자리
기간제 많아 늘 인력난 겪어
업무 자동화 예산 확보 ‘숙원’
“과연 끝이 나기나 할까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냈는데 이 사이트에서나마 드디어 끝을 봤다는 말씀을 듣고 저희도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강명숙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상담연계팀장이 지난달 불법 성인사이트 폐쇄 사실을 알리고 나서 피해 여성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다.
이 센터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와 상담하고 온라인에 퍼진 피해 영상물 삭제를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 2018년 문을 연 이후 처음 언론에 공개된 이 센터를 지난 11일 찾았다. 사전에 기자들에게 개인정보보호 서약서를 받았고, 담당자 인터뷰 외에는 촬영도 금지될 만큼 보안이 철저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는 최근 계속 늘고 있다. 센터에 접수된 피해자 수는 2022년 7979명에서 지난해 8983명으로 증가했다. 피해자 4명 중 3명(74%)은 여성이었다. 지난해 삭제 지원은 24만5416건으로 전년보다 약 3만건 더 이뤄졌다. 상담 지원도 2022년 1만9259건에서 지난해 2만8082건으로 늘었다.
피해 지원 기간은 3년이지만 재유포될 가능성이 있는 불법촬영물의 특성상 지원을 연장할 수 있다. 강 팀장은 “피해자 중 기간을 더 늘려 지원하는 비율이 30% 정도”라고 했다.
이날 센터 관계자들은 피해 영상물 삭제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삭제 과정에서 보안은 어떻게 지켜지는지 설명했다. 센터는 영상 좌우 반전 등의 변형에도 피해 촬영물을 찾아낼 수 있는 ‘DNA 검색’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기술 고도화 등을 통해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성범죄에 대응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선 온라인 채팅방에서 이뤄지는 디지털성범죄는 실시간 대응이 쉽지 않다. 최근 주범이 검거된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도 범행에 텔레그램을 활용했다. 박성혜 삭제지원팀장은 “들어갈 수 있는 모든 대화방에 영상물 삭제 지원 인력이 위장해서 침투하기도 한다”고 했다. 일대일 랜덤 채팅방에 노출될 위기에 있는 청소년이 보이면 선제적으로 연락해 개입하기도 한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처럼 “피해 촬영물을 서버에 저장하고 있지 않다”며 삭제 요청에 응하지 않는 기업도 골칫거리다.
디지털성범죄는 계속 늘어나는데 대응 인력은 부족하다. 삭제지원팀 사무실에는 군데군데 모니터 없는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김미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인권보호본부장은 “기간제로 일하시던 분들의 계약 기간이 끝나 채용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센터의 현재 정원은 39명으로 2021년부터 4년째 제자리다. 게다가 전체 인원의 약 3분의 1은 비정규직이라 기존 직원의 계약 종료 시점과 신규 채용 사이엔 늘 자리가 빈다.
‘n번방’ 사건이 터진 2020년 기간제 직원 50명을 4개월간 임시 채용한 뒤 인력 충원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센터 관계자들은 “삭제 지원 관련 업무는 어디서 교육을 해줄 수도 없기 때문에 계약 기간이 짧은 기간제 직원만으론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도 “정규직 1명이 삭제 지원 업무를 하는 게 비정규직 직원이 하는 것보다 2배 이상 업무 효율성이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전국 지자체 산하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마련’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인력 확충이나 추가 센터 설립 계획은 아직 없다.
올해 센터의 숙원 사업은 업무 자동화 구축 예산(30억원)을 확보하고, 법령 개정을 통해 센터의 피해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업무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되면 피해 영상을 발견한 뒤 호스팅 업체 등에 공문을 보내는 절차가 간소화된다. 센터의 피해 지원 업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어 성폭력방지법 등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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