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한 마리 키우면 140만원 손해"…결국 들고 일어났다 [이슈+]

김영리 2024. 6. 1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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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농가, 12년 만에 대규모 집회 예고
한우 마리당 평균 142만원 손실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판매하는 한우. /사진=독자 제공


"한우 값이 내려갔다는 소식을 들어도 체감이 안 되니 공감하기 어렵죠. 회사 인근의 한우 식당은 올해 들어 한우 모둠 1인분 가격이 되려 1000원씩 올랐는걸요."

최근 결혼기념일을 맞아 서울 종로구의 한 한우 전문점에서 1인분(130g)에 4만3000원짜리 한우 등심을 시켜 먹었다는 30대 직장인 정모 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우 가격이 내렸다는 걸 뉴스로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도 작년까지 마장동 정육 식당에서 분기별 한우 회식을 했는데, 올해 들어 이마저 없어졌다"며 "불경기에 한우가 더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푸념했다.  

 농가서 '한우법 제정' 외치는 이유

전국한우협회 등 농축산업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한우산업지원법 통과 및 농축산물 가격안정제 도입을 위한 농민결의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사 먹는 사람도, 키우는 사람도 "못 해 먹겠다"는 상황이다. 한우의 소비자 가격과 별개로 산지 가격이 폭락해서다. 전국한우협회(이하 한우협회)는 다음 달 초, 소 떼를 끌고 서울에 모여 대규모 '한우 반납' 집회를 열기로 결의했다. 지난달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지원법(이하 한우법)' 제정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한우 산지 가격과 도매가격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농협 축산정보센터에 따르면, 한우를 도축해 도매로 넘기는 도매가격은 지난달 거세우 기준 1kg당 1만6846원으로, 3년 전 가격인 2만3475원보다 28.2% 하락했다. 한우 산지 가격의 지표인 6~7개월령 수송아지 가격도 지난달 1마리당 342만2000원이었다. 478만5000원이었던 3년 전보다 28.5% 떨어졌다.

이 가운데 배합사료 가격이 3년 새 40%가량 급등하면서 산지에서는 '키워서 팔아봤자 손해'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2일 통계청의 '2023년 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 비육우의 마리당 순손실은 142만6000원이었다. 비육우는 고기 생산을 위해 기르는 소를 의미한다. 2021년 마리당 29만2000원의 순이익을 봤던 한우 비육우는 2022년 68만9000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 손실액이 73만6000원(106.8%)이나 더 늘어난 것이다.

불경기로 육류 소비량이 주춤한 것에 비해, 공급량을 의미하는 산지 도축 마릿수는 늘면서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지난해 도축된 소는 92만9000마리로 전년 대비 6.9%가량 증가했다.

 '한우법', 생산자·정부 입장차 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에 한우협회는 한우 산업을 지원하는 '한우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한우법에는 한우 중장기계획 및 경영 안정, 한우 수급 조절 유인책, 탄소중립 관련 시설 지원, 소규모 한우농가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이날 한경닷컴에 "지난해만 5000호가량의 한우농가가 폐업했다"며 "국내에 남아있는 약 9만호의 한우 농가 중 6만5000호가 사육두수 50마리 이하인 소규모 농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농식품부에서 돼지나 닭 등 다른 축종과의 형평성 문제를 계속 언급하는데, 이들과 달리 소규모 농가 중심으로 이뤄진 한우 생산업 특성상 정부나 기업에 대응할 수 있는 교섭력이 다른 축종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상징·선언적인 의미에서라도 축산법을 모법으로 둔 한우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한우 가격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농가에서 한우를 넘길 때 받는 돈은 줄었지만 유통 구조가 복잡한데다 유통 과정서 이익을 늘려 소비자 가격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며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 저렴하게 한우를 판매하는 식당을 전수 조사하는 등 협회 차원에서도 (공감대를 얻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한우 산업이 몰락하면 장기적으로 한우 소비자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오르고, 도산하는 농가에 막대한 세금이 들 것"이라며 "'한우법'이 이러한 극단의 상황을 막는 안전 장치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분별한 지원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도 협회 측은 덧붙였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한우법은 축산 농가 간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돼지, 닭 등) 타 축종에 대한 균형 있는 지원이 어려워지고 형평성이 저해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대신 농식품부는 기존의 '축산법' 개정을 통해 한우산업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3일 "생산자 단체와 소통해 한우산업 발전 대책을 마련, 이를 축산법 개정안에 담겠다"며 "22대 국회 개원 즉시 한우 농가를 실질적으로 돕는 축산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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