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 한 봉지 팔면 얼마 남길래…'벼랑 끝' 동네빵집 사장님들 [현장+]

성진우 2024. 6. 1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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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윳값 상승 전망에 빵 원가 상승 압박↑
동네빵집 '직격타'…"그래도 가격 못 올려"
"고물가에 지금 손님도 줄어들까" 호소
"유통 구조상 거품 비용 점검해볼 때"
서울 양천구의 한 빵집에서 판매 중인 빵들 / 사진=성진우 기자


"계란도 비싼데 이제 우윳값까지 오르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큽니다."

12일 오후 1시께 찾은 서울 양천구의 작은 빵집. 이곳을 2년째 운영하고 있는 40대 박영미(가명)씨는 "빵 재료 대부분이 유제품이라 지금도 원가 압박이 심하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박씨 가게는 10평 남짓한 규모로 두세 명의 손님만 들어와도 꽉 찰 정도였지만, 매대에는 소세지빵, 찰떡빵, 애플파이 등 다양한 종류의 빵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손님도 수시로 가게를 찾아 빵을 구입했다.

박씨는 방금 막 구워낸 빵을 종류별로 봉지에 담으며 "이중 가장 많이 팔리는 건 4500원짜리 우유식빵이다. 하지만 원가가 높아 마진은 하나에 몇백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빵을 사러 온 손님들이 다른 빵 제품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울며 겨자 먹기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우유 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인 원유 기본 가격이 지난해에 이어 또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제품을 주재료로 하는 빵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재룟값 인상 압박을 더 크게 받는 동네 빵집 주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원윳값 인상'에 빵값도 오를까…"손님 줄어들까봐 엄두 못내"

낙농진흥회는 11일부터 원윳값 협상 소위원회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소위원회가 정한 가격은 낙농진흥회 이사회 결정을 거쳐 오는 8월부터 반영된다. 올해 원윳값은 농가 생산비 인상 등을 반영해 L당 26원까지 올릴 수 있다. 지난해 가격 협상 때는 L당 88원 올린 바 있다. 이는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가 도입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인상 폭이었다.

빵의 주재료가 우유, 버터 등 유제품이기 때문에 만약 원유 가격이 오르면 빵 원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네 빵집은 원가 압박이 심해져도 가격을 무작정 올릴 수 없다고 호소한다. 고물가로 인해 현재 가격도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 보니 인상 후 손님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서울 양천구의 한 빵집에서 판매 중인 식빵 / 사진=성진우 기자


박씨는 "소규모 빵집은 한번 온 손님이 다시 오게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 가격도 제한적으로 올리는 형편"이라며 "작년에 이어 이번에 또 원윳값이 오르더라도 정말 손해나기 직전인 품목을 제외하면 가격을 올리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직접 원재료를 소량으로 구입해야 해 소비자들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며 "직원을 줄일 수는 없으니 사장이 마진을 덜 가져가야지 방법이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개인 빵집을 운영 중인 50대 임용범(가명)씨도 "유제품이 빵 재료의 80%는 된다"면서도 "원윳값이 오르더라도 당장 빵 가격을 추가로 올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임씨는 "가격을 올려서 지금 있는 손님마저 끊기는 것보다 차라리 이익을 적게 가져가는 것이 낫다. 다만 현재 아들과 함께 가게를 운영 중이라 직원 인건비가 최소화됐어도 재룟값, 임대료 등이 한 달에 최소 500만원 이상 지출되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실제로 손님들도 현재 빵 가격을 비싸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 가게에서 베이글과 커피를 구매한 한 손님은 "회사가 바로 옆이라 점심을 따로 먹을 시간이 없을 때 가끔 들려서 빵을 산다"며 "빵을 두세 개 고르면, 제대로 된 식사 가격과 비슷해 놀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빵집 / 사진=성진우 기자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은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회사마다 지침이 다르긴 하지만, 보통 본사가 한 번에 대량으로 재료를 구입해 단가를 낮출 수 있어서다. 실제로 20년간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한 한 업주는 "본사가 제공하는 재료 가격이 꾸준히 올라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해 원윳값이 당장 공급가에 반영되진 않는다"며 "물가에 따라 빵 가격 상승도 본사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우유 사용을 최소화하는 동네 빵집도 등장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빵집은 작은 규모이지만 현재 판매 중인 대부분의 빵에 우유, 버터 등 유제품을 아예 넣지 않고 있었다. 이 가게에서 파는 빵 중 스콘, 에그타르트에만 유제품이 사용됐다. 빵집 사장인 50대 오진명(가명)씨는 "밀가루, 물, 소금만 사용한 건강빵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며 "유제품을 거의 쓰질 않다 보니 다른 동네 빵집보단 원윳값 상승 압박을 덜 받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호텔관광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유명한 소금빵 가격이 한 개에 1000원 수준인데 맛과 재료는 국내 제품과 별반 차이가 없다"며 "우유 등 각종 원재료의 국내 유통 구조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는지 점검해볼 때다. 이는 고물가에 시름하는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소비자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원윳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가격도 70% 수준으로 저렴하고, 보관도 오래 할 수 있는 수입산 멸균 우유 수입량도 크게 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우유 수입액은 3094만달러(약 413억원)로 전년 대비 약 33% 늘었다. 이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과 비교해 4배가량 오른 수치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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