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르펜 손잡는 공화당… 佛 총선 혼돈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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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총선이 예정된 프랑스에서 중도우파 공화당이 50년 당 역사상 처음으로 극우정당과의 동맹을 예고하며 현지 정치권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이 1976년 창당한 공화국연합에서 시작된 공화당은 50년 역사 동안 극우정당과의 사이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RN이 원내 1당이 되겠다는 목표로 공화당과 또 다른 극우정당 르콩케트와의 공조를 추진 중인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이 소속된 르네상스가 조기 총선에서 패할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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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모든 것 배반” 내부 반발에도
시오티 대표 “좌파·중도파 막아야”
마크롱의 르네상스, 패배 가능성 ↑
르펜의 RN에 지지율 두배나 밀려
RN 1당 땐 새 총리와 불편한 동거
마크롱 “중도 결집을” 대국민 호소
조기 총선이 예정된 프랑스에서 중도우파 공화당이 50년 당 역사상 처음으로 극우정당과의 동맹을 예고하며 현지 정치권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조기 총선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세력에 참패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승부수’이지만, 정치권의 합종연횡으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화당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와 최전선에서 싸운 샤를 드골 초대 프랑스 대통령의 사상과 이념을 따르는 ‘드골주의’에 기반한다. 반면 RN 전신인 국민전선(FN)은 알제리 독립을 승인한 드골에게 반발하며 탄생한 정당이었고, FN을 창당한 장마리 르펜(마린 르펜의 아버지)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친(親)나치 성향으로 평가받은 인물이다.
50년간 ‘금기’를 깬 시오티 대표의 결정에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공화당 출신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 등 현직 장관 7명은 이날 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발표한 공동 기고문에서 “드골 장군의 후계자들이 세운 이 당의 모든 것을 배반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공화당과 RN의 연대에 맞서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여당(르네상스)을 중심으로 한 ‘공화 전선’을 구축하자고 호소했다. 공화당 소속 제라르 라셰 상원 의장은 “RN과의 연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오티 대표의 사임을 촉구했다.
RN은 시오티 대표의 결정에 환영 의사를 밝혔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RN의 압승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29세 당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도 총선에서 수십명의 공화당 후보들이 당선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RN이 원내 1당이 되겠다는 목표로 공화당과 또 다른 극우정당 르콩케트와의 공조를 추진 중인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이 소속된 르네상스가 조기 총선에서 패할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10일 발표된 IFOP의 여론조사에서 RN의 지지율은 36%로 18%를 기록한 르네상스보다 두 배나 높았다. RN이 1당 지위를 얻을 경우 당 대표인 바르델라가 새 총리로 임명될 확률이 높다. 바르델라 대표가 총리에 오르면 프랑스에선 27년 만에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다른 ‘동거 정부’(Cohabitation)가 탄생한다. 동거 정부가 구성될 경우 마크롱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2027년까지 외교, 국방 정책에 국한해서만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국내 현안은 RN이 이끌게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내다봤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도 결집을 주창하며 우파 결집을 견제하고 나섰다. 그는 12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공화당과 RN 연대를 “악마의 거래”라고 노골적으로 폄하한 뒤 “조기 총선에서 좌우 양극단에 반대하는 정치 세력들이 집권당을 위시해 중도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 민주주의자, 급진주의자, 환경주의자, 기독교 민주주의자, 드골주의자 등 극단주의에 공감하지 않는 시민과 정치 지도자가 결집해야 한다”며 “나는 2027년에 극우에게 권력의 열쇠를 내주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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