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글로벌허브도시 부산에 거는 기대
그날 칠흑같이 어두운 밤 길이 400m, 폭 60m에 달하는 야구장 길이 4배가량 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에 승선한 후 운항을 총괄 지휘하는 장소인 선교에서 본선 선장으로부터 선박조종권한을 위임받아 도선을 하기 시작했다. 신항 동방파제를 지나 가시권에 들어온 많은 선박들의 정박 모습을 보며 어둠 속에서 선석을 향해 접근해 갈 때 도선사로서의 보람과 자부심은 말로 형용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거대한 구조물인 선박을 가벼운 충격도 없이 안전하게 접안시키는 데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었고, 이러한 선박을 도선해 안전접안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접안 후 본선 선장으로부터 듣게 될 찬사로 인해 느낄 성취감에 대한 기대로 충만해 있었다.
부산은 초대형 컨테이너선박들이 수출입 또는 환적 화물을 싣고 유럽과 미주 항로를 기항하는 주항로에 위치해 글로벌 서비스를 펼치는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가까운 미래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북극항로가 활성화된다면 세계 굴지의 항구로 더 강한 위상을 다질 수 있는 천혜의 입지를 갖고 있다. 지진이나 안개, 태풍 등 선박 안전운항을 저해하는 자연적 요소에서 주변 일본이나 중국 경쟁항만들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 여기에다 1년 365일 쉴 새 없이 24시간 하역서비스를 제공하는 '신뢰성 높은 글로벌 물류도시'라는 명성을 쌓아왔다.
이러한 여건을 자랑하는 부산을 싱가포르나 홍콩을 능가하는 글로벌 허브도시로 만들어가기 위한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평생을 해양인으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안'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필자는 1980년 미국 해운선사가 운항하는 파나맥스 선박에서 27세에 한국 최연소 상선 선장이 된 이후 부산항 도선사로 20년 이상 활동해왔다. 부산항 도선사회 회장으로 부산항 신항을 2005년 개항할 때 여러 민관 관계자들과 안전한 항만이라는 신뢰감을 국내외 선주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했다. 당시 부산항 신항에는 '토도'라는 바위섬이 항로 주요 위치에 장애물처럼 존재하고 있어서 안전항이라는 이름을 갖는 데 불리한 요소도 있었으나 필자는 부산항 도선사들을 설득해 안전도선을 독려하면서 국내외 선주들로부터 신뢰를 얻어 오늘의 위상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한국도선사협회 회장을 지내며 도선 사고가 없는 세계 최고의 안전항이라는 명성을 얻기 위한 자질 향상에 힘을 쏟았다. 외국의 항만 도선료에 비해 턱없이 저렴한 국내 도선료를 합리적 수준으로 높여 외화 획득을 증가시키고 국가재정에도 큰 도움을 줬다. 부산항만공사 항만위원장으로서 부산항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해외순방을 통한 포트세일즈에 심혈을 기울여 부산항 신항을 활성화했고, 탁상행정으로 흐르기 쉬운 제반 문제들을 현장의 시각으로 풀어줘 업계의 호응과 인정을 받기도 했다.
지난 5월 31일 제22대 국회에 입성한 부산지역 여야 의원들이 뜻을 모아 '글로벌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안'을 마침내 발의했다. 부산을 싱가포르를 능가할 글로벌 허브도시로 도약시키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이 법안은 부산을 싱가포르, 상하이와 같은 글로벌 허브도시로 육성하는 한편 남부권 혁신거점으로 조성해 동남권 발전과 대한민국 국가 균형발전을 견인하는 것이 골자다. 부산을 물류·금융·첨단 산업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도시로 조성하기 위한 특구 지정과 특례 등을 내용에 담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안'이 통과되면 대한민국 해양산업과 부산의 비약적인 발전이 기대된다. 부산에서 해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22년 기준 14%가 넘을 정도로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의된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 우리나라 남부권 거점도시인 부산을 글로벌 중추도시로 도약시켜 마치 자전거 앞뒤 바퀴처럼 수도권과 함께 '국가발전의 양대축'을 성장시키겠다는 본래의 취지가 잘 발휘될 수 있도록 이제는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송정규 전 한국도선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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