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부마저 못박는 `反기업` 상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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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밸류업'을 위해 상법 개정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지난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개정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12일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상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공개적으로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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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못하는 식물이사회 우려
재계 "경영위축 불가피" 반발
정부가 '밸류업'을 위해 상법 개정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지난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개정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12일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상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공개적으로 힘을 보탰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당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만큼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 그리고 법 개정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영활동 위축을 우려한 기업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재계와의 신경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원장은 이날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세미나'에서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 및 주주의 이익 보호'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개선방안 마련을 주문하고, 경제부총리가 운을 떼고, 금융 감독당국 수장이 못을 박은 격이다.
개정안의 쟁점은 현행 상법에서 정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로 바꾸는 것이다. 기존에는 이사회가 회사나 특정인에게만 이익이 되는 쪼개기 상장을 결정해도 해당 조항에 부합해 이사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지만, 법이 개정되면 쪼개기 상장으로 인해 일반 주주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가 법 개정을 기정 사실화하자 기업들의 반대도 거세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기업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법이 개정되면 경영 환경이 위축될 수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주주 중에는 지배주주도 포함되고, 비지배주주 간에도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는데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정리할지 의문"이라며 "면밀한 검토 없이 도입하면 인수합병(M&A)이나 신규투자는 위축시키고 경영의 불확실성만 가중하는 결과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이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해 합리적인 경영판단에 대한 면책 조항이 필요하다"며 한발 물러서고, 기재부가 상법 개정 관련 공청회를 준비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반발은 쉽사리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소액주주의 이익도 보호함으로써 기업을 '밸류업' 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에선 이사회가 식물화될 우려를 지적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반(反)기업' 아니냐는 반발이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수주주가 다수주주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하는 (지분)다수결의 원칙과 충돌하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되어 주식회사제도의 근간을 흔들게 된다"며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장은 현실화시킬 수 없는 이상적 관념"이라고 주장했다.
김남석·장우진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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