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우주 탐사 꿈을 키우는 '말머리성운' [천문학자와 함께하는 우주 여행]
편집자주
오늘날 우주는 경외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감상의 대상이다. 우주는 인간이 창조한 예술작품과 자연이 보여주는 놀라운 모습보다 더욱 아름답고 신기한 천체들로 가득하다. 여러분을 다양한 우주로 안내할 예정이다.
다양한 망원경의 말머리성운
1,400광년 밖의 4광년 크기
암흑성운, 별을 생산하는 신비
21세기는 우주망원경의 전성시대다. 20세기 말에 발사된 허블 우주망원경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우주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주망원경 시대를 열었고, 21세기에는 새로운 우주망원경들이 꽃을 피우고 있다.
미국 등은 2021년 12월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자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발사해 150만 ㎞나 떨어진 라그랑주점에 보내 적외선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이 준비하는 새로운 우주망원경 사업에 참여해 준비하고 있으며, 이 망원경은 연내 발사할 예정이다.
유럽은 2023년 7월, 가성비가 매우 높은 소형 우주망원경을 발사했다. 이 망원경의 이름은 그리스 수학자의 이름을 따 유클리드로 지었으며, 별명은 암흑우주 탐사선(DUNE)이다. 이 망원경의 주 반사거울 지름은 1.2m로 허블망원경 거울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허블망원경보다 훨씬 넓은 하늘의 영역을 관측할 수 있다. 이 망원경으로 우주의 더 넓은 영역을 연구할 수 있다. 이 망원경도 제임스웹 망원경과 함께 머나먼 라그랑주점에서 선회하며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별은 총천연색이다. 그러나 별의 색깔을 맨눈으로 감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행히 오리온자리가 그 기회를 제공한다. 겨울철 밤하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오리온자리에는 붉게 보이는 베텔게우스 별과 푸르게 보이는 리겔 별이 함께 있어 맨눈으로 별의 다양한 색을 비교하면서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오리온자리를 맨눈으로 보면 별과 별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기한 천체들이 그곳에 있다.
말머리성운이 그 신기한 천체 중 하나다. 유클리드 망원경으로 오리온자리의 중심부 하늘을 2023년 11월 찍은 사진은 가시광과 근적외선을 포함한 것이다. 사진 가운데 붉게 보이는 부분은 성운인데, 그 모습이 진짜 말머리처럼 보인다. 아래쪽에는 이 말의 몸에 해당되는 부분도 보인다. 그래서 이 천체를 말머리성운이라고 부른다. 이 말은 갈기가 머리 뒤로 뻗쳐 있어 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주에서 달리고 있는 말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적외선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말머리성운의 전체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말의 갈기 부분을 제임스웹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은 이곳의 별과 그 너머 은하를 보여준다. 위쪽에 스파이크가 달린 밝은 천체는 별이며, 별과 갈기 사이에 작게 보이는 여러 천체들은 매우 멀리 있는 은하들이다. 이 작게 보이는 은하는 각각 1,000억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다. 이 사진은 매우 가까운 별, 약간 멀리 있는 성운, 그리고 매우 멀리 있는 은하를 함께 보여주고 있어 우주의 구조를 알 수 있는 놀라운 작품이다.
말머리성운을 적외선 사진에서는 붉은색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광학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서는 검게 보인다. 칠레에 있는 1m 망원경에 설치된 광학 카메라로 찍은 말머리성운의 모습이 그렇다. 말머리성운이 검게 보이는 이유는 성운에 먼지가 많아 가시광이 모두 흡수돼 우리에게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성운을 암흑 성운이라고 한다.
우주에서 암흑 성운은 자궁과 같은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암흑 성운 속에서 새로운 별들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암흑 성운에서 별이 태어날 때 나오는 적외선은 먼지의 영향을 적게 받으므로 암흑 성운을 뚫고 나와 적외선 사진에서는 밝게 보인다.
말머리성운은 지구에서 1,400광년 떨어진 거리에 있다. 사진에서는 작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크기가 4광년 정도로 매우 거대하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의 거리가 4광년이므로, 이 말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별까지의 공간을 가득 채울 정도로 크다. 이 광대한 우주에서 그 누가 거대한 말을 키우고 있는 걸까?
이명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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