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대안 없이 '전세 폐지론'만 띄우는 박상우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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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 이후 전세제도 폐지를 꾸준히 입에 올리고 있다.
"전세대출 비중이 높아 은행에 월세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2월 5일), "우리나라에선 수명 다한 제도"(5월 13일)라며 불을 지피더니 최근 언론 인터뷰에선 "없어져야 할 제도"라며 전세 폐지론에 힘을 실었다.
시장은 양쪽에서 빚어진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을 원하는데, 주무 장관은 전세제도 결함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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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 이후 전세제도 폐지를 꾸준히 입에 올리고 있다. "전세대출 비중이 높아 은행에 월세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2월 5일), "우리나라에선 수명 다한 제도"(5월 13일)라며 불을 지피더니 최근 언론 인터뷰에선 "없어져야 할 제도"라며 전세 폐지론에 힘을 실었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전세시장은 직격탄을 맞은 반면 수도권 아파트 전세시장은 그 반대 급부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시장은 양쪽에서 빚어진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을 원하는데, 주무 장관은 전세제도 결함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 원인에 대한 그의 진단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최근 전셋값 상승 원인으로 박 장관은 신생아 특례대출과 임대차 2법을 꼽았다. 그는 정부의 저리 대출이 "전세에 대한 과소비"를 일으켰다고 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무주택 출산 가정에만 제공되는 혜택이다. 이런 일부 수요가 전셋값 상승의 주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임대차 2법에 대해서도 새로운 분석 없이 그간 시장에서 제기된 분석(집주인의 4년 치 전셋값 인상)에만 기댔을 뿐이다.
오히려 시장에선 빌라 임대차시장에 대한 정부의 전세보증 강화 정책(공시가 126% 룰)이 시장 왜곡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많다. 시장 가격과 거리가 먼 공시가를 빌라 시세 산정에 활용한 탓에 인위적인 전셋값 하락으로 이어지며 빌라 전세시장은 쑥대밭이 됐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된 뒤 빌라 집주인들이 무더기로 정부에 공시가를 올려달라고 요구한 것 자체가 현 시장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방증일 것이다.
'빌라 역전세→경매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임차인, 집주인 할 것 없이 아우성이다. 빌라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몰리면서 아파트 전셋값도 뛴다. 하지만 박 장관은 시장의 이런 현실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다.
최근 월세가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체 임차인의 42%(42만 명·1~4월 누계 기준)는 전세에 산다. 지금의 전세시장 불안은 누군가에겐 코앞에 닥친 현실이다. 그런데 "1년 내내 전셋값이 올랐지만 총량으로 따지면 5.4% 수준이라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적당한 보증금을 내고 개인 소득 수준에 맞춰 월세를 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 과연 이들에게 와닿기나 할까.
시장은 기업형 장기 임대처럼 몇 년 뒤에나 가능한 대책이 아니라 당장의 시장 불안을 누그러뜨려 줄 손에 잡히는 정부 대책을 기다리고 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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