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제주 'ㅎㄱㅎ' 사건 피고인들 혐의 부인

전지혜 2024. 6. 1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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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수사관 증인 신문…피고인 강씨와 北공작원 회합 목격 증언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제주 'ㅎㄱㅎ' 사건 피고인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제주지방법원 [촬영 백나용]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홍은표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은주 전 진보당 제주도당위원장과 박현우 전 진보당 제주도당위원장, 고창건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들은 북한 지령에 따라 제주에서 이적단체 'ㅎㄱㅎ'를 결성하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ㅎㄱㅎ'는 '조국통일의 한길을 가겠다'는 뜻의 '한길회'의 초성으로 추정됐지만 한길회는 'ㅎㄱㅎ'의 하위조직인 노동 부문 조직 이름이고 'ㅎㄱㅎ'는 보안을 위한 약정음어인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강씨는 2017년 7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북한 노동당 대남 공작 부서인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과 접선했다.

이후 박씨, 고씨와 공모해 2018년 12월부터 제주지역 이적단체 결성을 준비했으며, 지난해 8월 북한 문화교류국으로부터 조직결성 지침과 조직 강령·규약을 하달받은 뒤 'ㅎㄱㅎ'을 조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강씨가 이적단체 결성 총괄을 맡고, 박씨와 고씨가 이적단체를 구성하는 하위조직 중 하나인 농민과 노동 부문 조직 결성을 책임진 것으로 봤다.

강씨는 이를 위해 2017년 10월부터 2022년 11월 4일까지 암호화한 문서를 외국계 클라우드에 올리고 아이디와 계정을 공유하는 '사이버 드보크' 방식으로 북한으로부터 13차례에 걸쳐 지령문을 수신하고, 북한에 14회에 걸쳐 보고서를 발송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박씨와 고씨는 북한 지령에 따라 '전국민중대회'와 '제주촛불문화제' 등 반정부 활동을 선동하고 강씨는 대북 보고에 반영할 보고서 등을 전달한 혐의도 받는다.

이날 공판에서는 피고인 모두 진술이 이뤄졌다.

강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저는 지역에서의 삶을 잃었고, 하루하루가 절실한 암 환자"라고 소개한 뒤 "제주를 사랑하고 올바른 역사의식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고 여기 이 자리에서 심판받아야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상황인지 안타깝다. 삶이 허락된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는데, 그 시간을 국가보안법과 싸워야 한다"고 토로했다.

고씨는 "'ㅎㄱㅎ'는 구속되면서 처음 알았다. 공소사실과 증거는 모두 날조 조작됐다. 제가 사무총장에 당선된 게 북의 지령이라는데, 당시 경선이었으며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활동했다. 대규모 CPTPP 반대 집회도 북의 지령이라고 하지만, 생존권이 달렸기에 농어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며 "저희의 무죄 주장에 귀 기울여달라. 공안탄압의 칼날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간첩 조작 사건을 만들고 보수언론에 피의사실을 공표해 저는 빨갱이로 낙인찍혔다. 차별받는 노동자를 위하고,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활동을 검찰이 반정부 활동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저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질서를 어지럽히고 사회를 혼란시키는 어떤 행동도 한 적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공소사실에 북한에 보고했다는 정보로 명시된 진보당 제주도당 당원 숫자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느냐며 "대통령실 도청 사건 등과 비교하면 어떤 게 더 기밀이고, 안보에 위협적인가"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피고인 측은 또한 검찰이 제시한 증거의 증거능력에 대한 문제와 수집의 위법성 등을 지적했다.

피고인 측은 "피의사실공표 범죄가 있었기 때문에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돼야 하며, 아니라 하더라도 북한의 정책 변화 등으로 더 이상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볼 수 없어서 공소사실의 대전제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검찰 측은 피의사실공표에 대해 "기자가 어떻게 압수수색 영장을 입수했는지 불분명하며, 수사기관은 영장을 제공한 바 없다"고 했으며, 증거의 증거능력 등에 대한 지적에도 판례 등을 근거로 반박하며 피고인 방어권 행사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더이상 반국가단체가 아니므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에는 "피고인들의 행위 당시 북한이 반국가단체성을 유지하고 있었던 이상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해도 공소사실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으며, 현재도 북한은 오물풍선과 GPS 전파 교란 등 적대적 행위를 하는 반국가단체"라고 반박했다.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국가정보원 수사관에 대한 검찰 측 신문이 진행됐다.

검찰은 수사관 신변 노출 우려 등을 이유로 비공개를 요청하고 피고인 측은 공개를 원한 가운데 재판부 판단에 따라 방청객 쪽에서만 증인을 보지 못하도록 간이벽을 설치한 상태로 신문이 이뤄졌다.

증인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입구 등에서 강씨가 북한 공작원과 회합하는 것을 목격한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당시 피고인이 공작원과 눈빛을 교환하는 장면 등을 목격했다며 "관광지에는 관심 없고, 일반적 관광객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 공판은 7월 3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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