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극우 승리` 후폭풍, 프랑스 전역서 연일 좌파 반발 시위

박영서 2024. 6. 1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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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내 공화국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극우 정당의 득세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지난 9일(현지시간)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압승한 데 반발해 프랑스 곳곳에서 좌파 진영의 규탄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좌파 정당이 힘을 얻은 북유럽 국가들이 급격한 유럽의 우경화를 막을 균형자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10일 저녁 수도 파리의 레퓌블리크 광장에는 경찰 추산 3000명의 시위대가 모여 RN 규탄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모두가 파시스트를 싫어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좌파 세력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광장에 모여 있던 시위대는 이날 저녁 4개 좌파 정당(굴복하지않는프랑스·공산당·사회당·녹색당)이 모여 총선 전략을 짜던 녹색당사 방향으로 행진하며 길거리에 있는 유럽선거 홍보 판을 부수기도 했습니다. 벽에는 "마크롱도 아니고 바르델라도 아니다"라는 글귀를 적었습니다.

이날 피갈 지구에서도 300명의 시위대가 모여 RN의 부상을 규탄했습니다. 경찰은 파리에 모인 시위대가 자진 해산하지 않자 최루탄을 발사하며 강제 해산시켰습니다. 파리 외 남부 마르세유, 몽펠리에, 리옹, 그르노블, 렌, 스트라스부르 등 전국 각지에서 수백∼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여 극우 반대 집회를 열었습니다.

몽펠리에의 시위에 참여한 엔지니어 레나 트랑볼리(27)씨는 "어제(9일) 결과를 보고 당황했다"며 "총선에서 투표하지 않으면 극단주의자들에게 표를 주는 것이니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렌의 시위에 참여한 은퇴자 마리(69)씨도 "어제 일어난 일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면서 "극우에 대항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시위 참여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곳곳에서 과격 시위도 목격됐습니다. 앙제에서는 검은 옷에 두건을 쓴 시위대가 극우 인사와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술집 셔터를 발로 때려 부쉈고, 보르도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낭트에서는 한 남성이 한국식 2층 아파트 창문에 걸려 있던 프랑스 삼색기를 떼어내 시위대의 큰 환호를 받기도 했습니다.

오는 주말엔 노동총동맹(CGT), 민주프랑스노동연맹(CFDT) 등 프랑스 대표 노동조합 5곳이 주도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립니다. 이들 노조는 "우리 공화국과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며 "우리가 각성하지 않으면 극우가 권력을 잡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일각에선 이달 말 치러질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도 극우 정당이 또 강세를 보일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반면 북유럽에선 좌파가 세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1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에서 극우 정당이 선전한 것과 달리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에서는 극우가 오히려 지지세를 잃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의회 선거에서 핀란드의 극우 핀란드당은 2석 중 1석을 잃었습니다. 대신 좌파동맹이 17%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의석수를 1석에서 3석으로 늘렸습니다. 특히 좌파동맹 대표인 리 안데르손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다른 어떤 정치인보다 많은 25만표를 득표하기도 했습니다. 핀란드의 투표 시스템에서는 유권자들은 지지 정당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투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덴마크에서는 녹색당이 17% 이상의 득표율로 1위, 사회민주당이 15.6%로 2위를 차지해 각각 3석씩을 얻었습니다. 녹색당이 독일에서만 9석을 잃으며 유럽 전체에서 19석이나 내준 상황과는 대조적입니다. 스웨덴에서는 극우 정당이 참패했습니다. 스웨덴민주당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4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북유럽의 이런 선거 결과에 대해 가디언은 스웨덴 좌파 정당 후보의 발언을 인용해 다른 유럽 지역에 '희망의 빛'을 준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극우 세력이 약진한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좌파가 지지세를 유지한 만큼 향후 유럽의회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극우의 견제 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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