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 재판은 전두환 손아귀에... "보안사 요원이 판사에게 쪽지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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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습니다."
"그럼요. 잠시 휴정하기도 하고 재판 진행을 제지한다든지, 제가 직접 경험한 일입니다."
'1심 마지막 공판은 비공개로 열렸는데 조서엔 왜 공개라고 적혀있냐'는 질문에 안 변호사는 "다른 게 너무 많았다"면서 "변호인들이 재판부에 절차에 대한 항의를 수없이 했지만 일절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매일 재판이 열려 (고작) 검열된 기사를 보고 변론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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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 재심개시여부 판단 2차 심문
안 변호사 "변호인 조력권 계속 침해"
"검찰과 변호인 간 충돌을 빚을 때 쪽지가 특히 많이 왔다갔다 했다고 하는데 맞나요?"
"네 그렇습니다."
"쪽지가 전달되면 재판이 달라졌나요?"
"그럼요. 잠시 휴정하기도 하고 재판 진행을 제지한다든지, 제가 직접 경험한 일입니다."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404호. 백발의 안동일 변호사가 증언할 때마다 방청석에서는 옅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그는 1979년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살해 혐의로 기소됐을 때 변호인을 맡았다. 그는 당시 군법회의에서 보안사령부 직원들이 재판부에 '쪽지'를 전달하면서, 특정한 결론 혹은 진행 방향을 유도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증명해줄 증인으로 이 자리에 섰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이재권)는 이날 내란목적살인 혐의로 사형 당한 김 전 부장의 재심 개시 판단을 위한 2차 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선 "김 전 부장의 변호인이야말로 당시 상황을 가장 잘 증언할 수 있다"는 유족 측 신청이 받아들여져, 안 변호사가 증언을 했다.
증인신문은 안 변호사가 2005년과 2017년 출간한 '10∙26 회고록' 등을 토대로 과거 군사재판에 전두환 신군부의 개입이 있었는지를 묻는 데 집중됐다. 특히 당시 공판조서가 실제 발언과 달리 작성되고 열람까지 제한돼, 피고인들의 실질적 방어권 행사가 불가능했다는 주장이 핵심이었다.
'1심 마지막 공판은 비공개로 열렸는데 조서엔 왜 공개라고 적혀있냐'는 질문에 안 변호사는 "다른 게 너무 많았다"면서 "변호인들이 재판부에 절차에 대한 항의를 수없이 했지만 일절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매일 재판이 열려 (고작) 검열된 기사를 보고 변론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보안사가 김 전 부장 체포 후 가혹행위를 한 정황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했다. 안 변호사는 "김 전 부장은 간경변으로 원래도 (얼굴이) 까만 편이었는데 첫 접견 때 보니 목덜미 같은 곳에 검붉은 고문 흔적이 있었다"면서 "전화선으로 고문(전기고문)당했다는 말을 그때 처음 들었다"고 했다.
보안사의 '쪽지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선 "휴정하는 동안 법무관 집무실에 갔더니 남모 장군이 '국선 변호를 왜 이렇게 열심히 하냐'고 해서 '그게 잘못이냐'고 했는데 '손 좀 봐야겠다'고 하더라"면서 "그곳이 (재판을) 모니터링하는 공간이라고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신문은 1979년과 1980년 당시 공판 과정이 녹음된 파일 일부를 재생하면서 당초 정해졌던 1시간을 초과해 다음달 12일 3차 심문에서 신문을 종결하기로 했다. 검찰 측에서도 안 변호사에 대한 반대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과 차지철 당시 경호실장을 서울 궁정동 안전가옥에서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한 달 만에 군법회의에 기소된 그는 같은 해 12월 20일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 확정 판결 사흘 만인 이듬해 5월 24일 형이 집행됐다.
이후 범행 이유에 대해선 논란이 계속됐고, 이후 40년이 지나 유족 측이 "10·26과 김재규라는 인물에 대한 역사적 논의의 수준이 진화하고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청구 약 4년 만인 올해 4월 7일 재심을 시작할 것인지 판단하기 위한 첫 재판이 열렸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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