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군인·경찰·소방관 등 제복 근무자들에 고마움 느끼는 사회 됐으면"
천안함장 임무 수행 당시 수병 16명 전사… 사건 바로 알리기 위해 보훈연구소장 맡아
정치 '포퓰리즘' 때문에 병사들 월급 급작스럽게 올려 軍 간부들 '상대적 박탈감' 느껴
안보 가볍게 여기는 사회 풍토 국가적으로 큰문제 될수도… 서로 힘 모아 함께 지켜야
"군인, 경찰, 소방관 등 제복 근무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들에게 커피 한 잔, 밥 한 끼 사주는 것보다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최원일 전 천안함장(326호국보훈연구소장·사진)이 12일 진행한 본보와 인터뷰에서 "미국 같은 경우는 시민들이 제복 입은 사람들한테 다가가 'Thank you for your service(복무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진정성을 표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천안함 피격사건'은 최 전 함장에게 가슴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을음'으로 남아 있다. 동고동락을 함께 한 피붙이 같은 전우들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30년 군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천안함장 임무 수행 당시 동고동락했던 우리 대원들하고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전 함장은 "해군 중령이 되면 '함장'은 무조건 거쳐야 하는 필수 보직"이라며 "제가 천안함장 임무 수행 당시 수병들이 30명 있었다. 우리 배에 30명 중 16명이 전사하고 14명이 살아 있다"며 "해군 수병은 6개월 배를 타면 자신이 원하면 육상 근무가 가능하다. 피격사건 당시에도 우리 수병들은 거의 대부분이 전역할 때까지 배에 남았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특히 이등병 때부터 전역까지 호흡을 맞춘 전준영씨(예비역 해군 병장)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최 전 함장은 "전준영씨는 제가 천안함장 임무 수행 당시 이병으로 입대해 전역까지 저와 함께 했다"며 "피격사건을 겪은 수병들 중 가장 먼저 전역한 사람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전준영씨의 입대 동기가 5명 있었는데, 그들은 전역 휴가를 제주도로 함께 가자고 약속했었다"며 "하지만 전준영씨 혼자 살아남고 4명의 동기가 다 전사했다. 그게 가장 마음이 아팠다"고 회고했다.
그는 "생존자들은 다 부대에 있었고 전준영씨 혼자 먼저 사회에 먼저 나가니까 많이 안타까웠다. 나가서도 정착을 못 하고 계속 방황한 것으로 안다"며 "그런 상황에서도 뒤이어 전역하는 전우들을 도왔고, 천안함 장병들을 국가유공자로 등록하는 데에도 전우들과 많은 노력을 쏟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최 전 함장은 천안함 피격사건이 당시 지방선거와 맞물려 사실상 '정쟁'의 대상이 돼버렸다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 당시 2010년 6월에 지방선거가 있었다. 그것 때문에 피격사건이 정쟁의 대상이 돼버렸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이라도 군이 하는 역할 및 군에서 일어난 전투 등에 대해 폄훼돼선 안 될 것이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희생 및 생존 장병들의 아픔이 가치 있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숨이라는 건 일반 시민의 목숨이든, 군인의 목숨이든 다 가치로 판단할 수 없는 중요한 것"이라며 "다 똑같은 목숨인데 여기에 '정치'가 들어가 버리면 어떤 목숨은 엄청난 가치가 돼버리고, 다른 어떤 목숨은 하찮은 것으로 폄훼된다. 여야를 떠나 생명의 가치는 정말 소중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326호국보훈연구소(보훈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보훈연구소에 적힌 '326'은 천안함 피격사건 날짜를 의미한다. 그는 "연구소를 설립한 목적은 천안함 피격사건을 바로 알리기 위함이 가장 컸다. 또 여기 있었던 104명의 군인들에게 작은 힘이 되기 위함이었다"면서 "돌아가신 46명의 전우들의 희생이 값지게 선양되고 오랫동안 기억되게 하고 싶었다. 또 남아 있는 58명의 전우들은 사회에 잘 정착해서 제대로 살게끔 지원하고 싶었다"고 했다. 보훈연구소는 지자체와 협력해 안보 강연 등 여러 행사들을 준비 및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육·해·공군 구별 없이 군 복무 중 피해(전상·공상 등)를 입었지만 적절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전역 군인 등을 도와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희미해진 안보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국방부와 함께 주관한 그림대회도 성황리에 개최했다. 그는 "요즘 사회적으로 안보의식이 희미해진 경향이 있다"며 "보훈연구소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적 차원에서 '그림대회'를 개최했으며 우수자를 선별해 상장을 나눠주는 등 안보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논란이 된 장교 및 부사관 등 군 간부 지원 미달 사태에 대해선 "군인들을 존중해주고 대우해주고 처우해주면 젊은이들이 군인이라는 직업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 '포퓰리즘' 때문에 병사들 월급을 급작스럽게 올리다 보니, 일선 군 간부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데 정작 사람에 대해선 그렇게 선진화·혁명화시키진 않는 것 같다"면서 "요즘 같은 시대에 군 간부들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희생은 옛말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도 중요시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사회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보수가 신임 군 간부보다 많은 상황이니 직업군인을 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며 "지금 대기업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연봉 수준이 80% 정도는 맞춰줘야 우수한 인력들이 군대에 지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최 전 함장은 "안보를 가볍게 여기는 사회 풍토도 나중에 국가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우리가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모든 것이 안보다. 서로가 힘을 모아서 함께 지키고 서로 도와야 하는데, '자기만 지키면 된다'는 개인주의적인 생각을 많이들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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