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겨울 때도···'아빠' 이중섭의 그림편지는 행복했다

서지혜 기자 2024. 6. 1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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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년 평안남도 평원에서 태어난 이중섭(1916~1956)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황소(1953)'다.

이중섭의 이같은 '개인사'는 그가 가족에게 보낸 또 다른 작품 엽서·편지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꾸며진 이 전시에서는 이중섭뿐 아니라 신사임당, 김환기, 장욱진 등 굴곡의 한국사를 살다 간 화가들이 각자의 그림과 남긴 글을 통해 '잘 지내다 갔음'을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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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 서울미술관 소장품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신사임당부터 이중섭까지··· 조선·근현대 명작 총망라
이중섭 편지화 3장 처음 공개
신사임당 김환기 이중섭까지
조선시대 근현대 명작 총망라
[서울경제]

1916년 평안남도 평원에서 태어난 이중섭(1916~1956)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황소(1953)’다. 강렬한 에너지가 전해지는 작품에는 작가의 남다른 민족 의식과 자신의 개인적 어려움이 담겨 있다. 가족과 떨어져 외로움에 시달리던 시절에 그는 ‘소’를 통해 자신의 자화상을 표현했고, 종이에 유채 물감으로 그린 황소는 민족의 자화상이 되어 역사적 작품으로 남겨졌다. 이중섭의 이같은 ‘개인사’는 그가 가족에게 보낸 또 다른 작품 엽서·편지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화가 이중섭이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와 아들 태현·태성에게 보낸 미공개 편지화를 처음으로 볼 수 있는 전시가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열린다.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꾸며진 이 전시에서는 이중섭뿐 아니라 신사임당, 김환기, 장욱진 등 굴곡의 한국사를 살다 간 화가들이 각자의 그림과 남긴 글을 통해 ‘잘 지내다 갔음’을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신사임당부터 천경자까지···논란 속에서도 잘 버틴 대가들
신사임당, 초충도. 사진 제공=서울미술관
신사임당, 초충도. 사진 제공=서울미술관

전시의 시작은 신사임당. 조선 중기의 예술가 신사임당은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바탕으로 산수화, 묵포도도, 초충도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이번 전시에서는 감물을 들여 만든 최고급 한지, 감지 위에 그려진 초충도 10점을 볼 수 있다. 초충도는 10점이 하나의 화첩으로 제작됐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각각의 작품을 따로 하나의 그림처럼 소개하고 있다.

사임당은 수박, 오이, 맨드라미, 꽈리, 잠자리 등 계절감을 드러내는 자연의 소재를 통해 다산, 장수, 출세 등 복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냈다. 당대 여류 화가의 그림은 대개 왕가나 사대부 여성들에게 사랑받았지만 사임당의 작품은 숙종 등 남성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천경자, 청혼. 사진 제공=서울미술관

신사임당에서 출발한 전통 동양화 필법은 이응노, 천경자 등 동양 화가들에 의해 현대적인 동양화로 계승됐다. 미술관은 이응노의 수탉과 천경자의 개구리, 여인상, 청혼 등을 소개한다. 특히 전시장에서는 위작 논란을 겪고 고통 받은 천경자가 ‘그럼에도 작품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편지와 죽을 때까지 머리 맡에 걸어뒀다는 딸의 모습을 그린 그림 ‘청혼’도 만나볼 수 있다. 편지 속에서 천경자는 “저의 불행한 사건이 가끔 식도 부분에 둔통을 줄 때가 있지만 건강에 이상이 없는 한 앞으로 보다 차원이 다른 작품 세계를 염원하면서 남은 생명을 불태워 갈 각오”라고 말한다.

아내·태현·태성에게 보낸 엽서···그리움 점철된 가장의 작은 그림
이중섭의 사랑과 우정, 전시 전경. 사진 제공=서울미술관
이중섭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화. 사진 제공=서울미술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섹션인 ‘이중섭의 사랑과 우정’이다. 이 전시에서는 이중섭이 연애 시절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보낸 엽서화 6점과 이중섭의 미공개 편지화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작 중 1941년 아내에게 보낸 엽서화는 자연의 구상적인 소재부터 기하학적인 무늬까지 다양한 소재가 담겼는데 마사코를 향한 열렬한 사랑이 잘 표현돼 있다.

이중섭이 일본에 있던 가족에게 보낸 편지화도 최초로 공개된다. 작가는 가족을 그리워하며 생전 100여 통의 편지를 보냈다. 그의 편지화는 그림을 담은 그림 편지와 그림과 글을 함께 실은 삽화 편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글 편지 1장과 삽화 편지 2장으로 구성된 3장의 편지화가 공개된다. 이 편지화는 고령이 된 마사코 여사가 집을 정리하던 중 발견한 것으로 서울미술관이 직접 구매했다. 아들 야마모토 야스나리(태성) 씨는 이번 전시를 앞두고 서울미술관에 보낸 편지에서 “2022년 8월 13일 100세까지 장수하고 떠나신 어머니와 한국 미술계 및 언론 관계자들의 인연이 생전 어머니의 삶에 큰 지지대가 되어줬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전시는 11월 3일까지.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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