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명분 없는 휴진, 그 피해는 또 환자들이 떠안아야 하나

한겨레 2024. 6. 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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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와 의대생에 이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이 갈수록 번지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중증·응급 환자 진료는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집단휴진에 돌입하면 환자들에게 미치는 여파가 작지 않을 것이다.

의대 교수들의 핵심 요구는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 '철회'가 아니라 '취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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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전체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앞에서 열린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주최 휴진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와 의대생에 이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이 갈수록 번지고 있다. 의사들의 ‘명분 없는 휴진’과 정부의 속수무책에 환자들이 다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형국이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주요 상급종합병원 소속 교수들은 오는 18일 대한의사협회의 전면 휴진 방침에 동참하기로 했다. 일부는 집단휴진을 더 장기화할 태세다. 17일 서울대 의대 교수들에 이어 연세대 의대 교수들도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기로 했다. 가톨릭대 의대와 울산대 의대 교수들 역시 이런 움직임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 의대 교수들은 중증·응급 환자 진료는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집단휴진에 돌입하면 환자들에게 미치는 여파가 작지 않을 것이다. 서울대 병원 의사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최소 한달 진료 연기”를 언급했다. 이미 전공의 이탈로 수술 등이 밀리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교수들마저 장기간 환자를 돌보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

이미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이 확정된 터라, 의사들이 ‘명분 없는 휴진’에 나서고 있다는 시민사회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환자단체들은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생명을 담보로 한 의사 집단행동의 결과로 골든타임을 놓쳐 많은 환자가 죽음으로 내몰렸다”며 “소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와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의사집단을 정부는 더 이상 용서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절규에는 절망과 분노가 그대로 묻어났다. 의대 교수들의 핵심 요구는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 ‘철회’가 아니라 ‘취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복귀 전공의가 면허정지 처분을 받을 가능성을 아예 없애야 한다는 것인데, 고난도 수술 등 필수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의대 교수들이 환자 생명을 담보로 진료 중단에 나서야 할 일인지 납득되지 않는다.

의사들의 집단행동 중심엔 여전히 전공의들이 버티고 있다. 전공의 사직서 수리와 행정처분 중단 등 정부가 제시한 유화책은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수련병원 221곳에서 사직 처리된 레지던트는 고작 19명에 불과하고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 수도 미미한 수준이다. ‘의대 증원 백지화’만 외치는 전공의들의 태도도 문제지만 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신의 결과이기도 하다. 하루속히 이들이 집단행동을 멈추고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다각도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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