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풍선→확성기' 나비효과의 대북전단…"정당한 자유" vs "효과 없어"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이에 대응한 우리 군의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등의 단초가 된 대북전단 살포를 놓고 엇갈린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실질적 효과 없이 안보 위기만 부추긴다'는 주장과 '북한 주민의 알권리 보장과 정권 붕괴의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주장이 대립한다. 법적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각에선 '공개적인' 살포만이라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2일 군 당국에 따르면 우리 군은 지난 9일 한 차례 방송을 송출한 뒤 대북 확성기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확성기 사용에 반발해 4번째 오물 풍선을 살포했던 북한도 이후 추가 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을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로 시작된 남북 간 갈등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앞서 북한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들어 '오물 풍선'을 살포했다. 이에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남북갈등이 고조됐다.
일부 탈북민 단체들은 풍향에 맞춰 언제든 대북 전단을 살포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도 대북 전단이 다시 살포될 경우 추가 도발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대북 전단을 대남 도발의 빌미로 삼았다. 이를테면 북한은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주도한 대북 전단 살포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와 관련, 국내에서는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갑론을박'이 반복됐다. 전단 살포가 별다른 실익 없이 남북 갈등만 부추기는 행위라는 입장과 북한 주민의 알권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의 대립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전단 살포를 통한 심리전은 김정은 등 북한 고위층을 자극하는 것 외에 효과가 없다"며 "북한 주민에게 한국 체제에 대한 적대감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 일부 단체의 무익한 행동으로 많은 국민이 안보 위기감을 느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지난 3일 접경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종교·시민사회 연석회의)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을 앞에서 전단 살포에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전단살포가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큰 불안감을 들게 한다고 밝혔다.
2021년 통일정책연구 제30권에 실린 '민간 대북전단의 목적과 연구'(장도경·김영석·황정남·주은우)에서 저자들은 "(북한은) 당이 모든 물리적 권력을 장악하고 있어 인민 주도의 집단 행동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사회 구조 등을 고려했을 때 정치 엘리트 간 권력 투쟁이 더 가능성 있다. 대북 전단의 목표 청중이 북한 엘리트 계층이어야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 정치 엘리트에게 전단이 도착하더라도 정부에 의해 수거되거나 파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저자들은 북한 엘리트들은 이미 인터넷을 활용하며 북한 정부가 받는 비난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비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북 전단이 엘리트 계층에게 새로운 정보가 아니며 '인지부조화'와 '반체제 행동'을 끌어내기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반대로 탈북만 단체들은 전단의 효과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김태희 탈북민연대 사무국장은 "전단 살포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단은 북한 주민에게 유일하게 바깥 세상을 보여주는 수단"이라며 "북한 주민이 한국에 대해 알아야 통일이 돼서도 빨리 적응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페트병에 쌀을 담아 북한에 보내는 활동을 하는 박정오 큰샘 대표는 "북한 주민들이 미리 알고 있어야 때가 됐을 때 봉기라도 할 것 아닌가"라며 "전단 보고 탈북했다는 사람도 많다"고 밝혔다. 그는 "안보 불안을 책임은 전단 살포 단체 아닌 직접적인 도발을 하는 북한에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일각에선 '공개적인 전단 살포'라도 자제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국가가 강제로 대북 전단을 막을 근거는 없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9월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발전법' 조항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에 외부 소식을 전하면서도 안보 불안을 줄일 수 있는 절충적 방법이라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북한 인권단체들은 전단을 비공개로 살포한다. 이 경우 북한의 대응 수위도 낮아진다"며 "헌재 결정 때문에 정부가 법으로 통제할 수는 없지만 일부 단체들과 (공개 살포를) 자제하는 방향으로 대화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단속하거나 막지 않겠다는 입장인 만큼 대북전단 살포를 비공개적으로 하거나 잠시 중단함으로써 북한 도발의 명분을 주지 않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북한 출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도 "공개적인 전단 살포에는 찬성하지 않는다"며 "전단은 북한 땅에 도달만 하면 된다.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도 있는 만큼 서로 자극하면서 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양 총장은 "장기적으로 대북 전단을 지속해야 할지, 중단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통일부가 일부 탈북민 단체와 간담회를 한다니 우회적인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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