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군민들 화 키운 강기정 광주시장 ‘무안 홍보 방문’ 소동
광주시 군 공항 밀어 붙이기에 무안 주민들, 광주시장 상여 집회로 맞서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광주시의 농촌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 홍보 캠페인이 전남 무안 군민의 화를 북돋았다. 광주시가 군항·민항 동시 전남 무안 이전을 위한 홍보 캠페인을 밀어붙이자 무안 군민들이 상여집회로 강하게 반발했다. 비록 강 시장 일행이 예고했던 11일 무안 일로읍 방문을 당일 전격 취소하면서 양 측이 충돌하는 불상사는 면했지만 무안 군민들의 반감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줬다.
바쁜 일손 멈추고 집회장 향한 무안 주민들 '분통'
11일 오전 9시 30분쯤 전남 무안군 일로읍 전통시장 부근 소공원. 40대에서부터 70~80대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로읍과 삼향읍 등지에서 온 주민들은 강기정 시장의 무안 방문에 항의하기 위해 바쁜 일손을 멈추고 찾았다.
집회장 곳곳에선 광주 군공항 무안이전 결사반대라는 글씨가 새겨진 붉은 조끼를 입은 주민들의 수위 높은 비판도 가득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군공항 이전 홍보 차 방문이 예정된 강기정 광주시장에 대한 비난이 봇물을 이뤘다. 무안군 일로읍에 사는 한 주민은 "무안군수가 오지마라고 요청했는데도 바쁜 농사철에 굳이 오겠다는 심보를 모르겠다"며 "상대 지역을 방문할 때는 사전에 협의하기 마련인데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선 강기정 광주시장을 염두에 둔 상여와 상복까지 등장해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함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일로읍 군공항반대 지역대책위는 상여 앞에 제사상을 차렸다. 상여 정면에는 '광주시장'이라는 팻말을 부착했다. 집회장 주변에는 '힘써 이룬 무안발전 죽이려고 여기 왔나' '꿈에라도 오지마소 너 살자고 날 죽이나' '국책사업이 아닌 광주시 숙원사업' 등 광주군공항 무안이전을 반대하는 만장이 줄서 있었다.
'불청객' 신세된 광주시장…"굳이 오겠다는 심보 모르겠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강기정 시장은 이날 무안에 발을 들여놓지도 못한 채 영농철 농촌 현실을 무시한 '불청객' 대접을 받았다. 연단에 오른 인사들은 일제히 강 시장을 향해 울분을 토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김준연 일로 지역대책위원장은 "광주시는 이 바쁜 농번기에 침략자처럼 와서 군 공항 이전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강기정 시장의 약속의 편지는 온통 거짓으로, 소음피해 면적이 무안군 전체 4.2%밖에 안 된다고 홍보해 놓고 현경면에 와서는 소음보상금을 받는다고 거짓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진 자유발언에서 나상옥 전 목포무안신안축협장은 "무안은 양파·마늘 수확에 벼 모심기가 한창으로 부지깽이도 가져가서 쓰고 나그네도 일손을 도울 시기인데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면서 "광주 전투비행장이 그리 좋으면 광주시가 영원히 끌어안고 살아라"고 성토했다.
김영숙 일로읍 부녀회장도 "광주 군공항 이전은 국책사업이 아니고 광주 시민들의 소음을 해소하고 강기장 시장 개인 욕심을 위해 추진하는 정치쇼에 불과하다"며 "전투비행장이 지역 발전되고 그리 좋으면 광주에다 그대로 둘 것을 무안에 보낸다는 것이 더욱 지역 이기주의이다"며 "강 시장에게 일로읍민의 결기를 제대로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김용완 일로읍 번영회장은 축문에서 "강기정 시장은 광주 군 공항과 민간공항이 무안국제공항으로 함께 옮기는 것은 무안군민이 받이들이느냐 마느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의무이다라는 망언으로 무안군민의 자존심을 짓밟고 무안군민 가정마다 약속의 편지를 보내고 전통시장을 순회하며 무안군민의 여론을 무시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무안 군민 500여명은 10시30분부터 10여분 간 옛 전통 장례식의 상징인 상여 앞에서 제를 올린 뒤 강 시장을 상징하는 상여를 메고 일로 전통시장 일대를 한 바퀴 도는 광주군공항 무안이전 반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그동안 군공항 이전 반대집회에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김산 무안군수가 집회장을 찾아 지켜본 뒤 상여 행렬 참가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농촌 현실 무시한 일방적 방문…당일 전격 취소
강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무안 일로읍 전통시장에서 광주공항의 무안이전을 홍보하는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지만 전남도와 무안군의 요청으로 당일 전격 취소했다. 강 시장은 이날 오전 광주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날 무안군을 방문해 통합공항 이전에 대한 '무안군민과의 직접대화'를 하려고 했으나, 전남도와 무안군의 요청에 따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예정됐던 방문 시간을 불과 1시간 30여분 앞두고 취소하는 소동이 빚어진 셈이다. 앞으로 예정됐던 읍면 순회 홍보 캠페인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대신 민항·군항 통합이전을 위해 7월 중 광주시-전남도-무안군 3자 회동을 제안했다. 이날 집회장에 참석한 김산 무안군수는 3자 회동 참석여부에 대한 시사저널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앞서 광주시는 민간·군공항을 무안공항으로 통합 이전하기 위해 소음 피해 오해에 대한 설명과 발전계획 등이 담긴 강기정 광주시장의 '약속의 편지1'을 무안지역민에게 발송했다. 또 지난달 24일부터 고광완 행정부시장을 중심으로 무안 주민 직접 설명회를 진행해왔다.
무안군은 광주시에 "무안군을 직접 방문해 홍보 캠페인을 하는 것은 우발적 사고 발생과 군민 안전이 우려된다"면서 "농번기 군민들의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고 중단을 수차례 요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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