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PGA 누비려면 환갑까지 달려야"
듀크대 재학중 차남 최강준
미국 대학 골프 리그서 활약
"장타·볼 콘택트 나보다 낫다"
KPGA 최고령 우승에 자신감
이달 US 시니어오픈에 도전
"한동안 후배들에게 직접 보여주지 못하고 말로만 떠드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제 어떤 자리에도 당당히 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 하하!"
요즘 한국 남자골프는 최경주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지난달 19일 SK텔레콤 오픈에서 만 54세의 나이로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치운 최경주를 보고 감동받은 후배들이 계속해서 대선배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의 박상현, 이태희, 한승수, 김민규 등은 54세가 되기 전까지는 어떤 핑계도 대지 않겠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임성재, 이경훈 등은 최경주처럼 20년 넘게 한국 남자골프의 위상을 높이는 것을 꿈꾸고 있다.
최경주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가장 신뢰가 가지 않는 사람이 말이 앞서는 사람인데, SK텔레콤 오픈에서 오랜만에 행동으로 보여줬다. 당분간은 후배들 앞에 자신감 있게 나설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최고령 우승 기록이 내게 가져다준 게 정말 많다. 골프를 잘하고 싶다는 내 안의 열정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K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운 뒤 출전한 PGA 투어 챔피언스 대회에서는 거의 모든 동료에게 축하를 받았다. 최경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보고 우승 소식을 접한 베른하르트 랑거(독일), 비제이 싱(피지) 등이 축하 인사를 건네 놀랐다. '영맨들을 제압한 K J CHOI'라며 엄지를 치켜세워줄 때는 우승 당시의 감정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며 "이번 우승으로 환갑 때까지 앞만 보고 달릴 힘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승에 취해 있는 건 아니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는 게 최경주인 만큼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0일 막을 내린 PGA 투어 챔피언스 아메리칸 패밀리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에도 출전했던 그는 메이저 대회 US시니어 오픈(28일 개막) 등을 준비하고 있다.
최경주는 "후배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롱런의 비결인데, 특별한 건 하나도 없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며 인내하고 절제하는 삶을 살면 된다"고 강조했다.
PGA 투어 통산 500경기 출전, PGA 투어 챔피언스 찰스 슈와브컵 톱5 등과 함께 최경주가 앞으로 이루고 싶어 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차남 최강준과 함께 PGA 투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다. 골프 명문 듀크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최강준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스코티 셰플러(이상 미국) 등이 거쳤던 미국 대학 골프 리그에서 프로골퍼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최경주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에 강준이와 함께 PGA 투어를 누비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듀크대에 재학 중인 강준이가 졸업하고 PGA 투어 출전권을 따내야 하는 만큼 유효기간을 20년으로 잡았다"면서 "앞으로 15년 더 현역으로 활약해야 하는 만큼 술과 탄산음료 등을 끊을 수밖에 없다. 강준이가 처음 골프를 한다고 했을 때 막연하게 혼자 꿈꿨던 'PGA 투어 동반 출전'이 현실화되는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좋다"고 설명했다.
최경주는 아들 최강준의 실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벙커샷에서는 아직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장타와 공을 맞히는 콘택트 등은 나보다 훨씬 낫다. 내가 갖고 있지 못한 여러 능력을 갖고 있어 부러울 때도 있다"며 "벙커샷 하는 것을 보면 역시 내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나를 상대할 정도는 아니다. 아빠를 이기고 싶으면 10년 정도는 죽도록 연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경주가 가슴속에 품고 있는 또 한 가지는 미국 팀과 인터내셔널 팀(유럽 제외)이 맞대결을 벌이는 골프 대항전 프레지던츠컵에서 인터내셔널 팀 단장이 되는 것이다. 최경주는 "한국에서 프레지던츠컵이 열린다면 꼭 단장으로 인터내셔널 팀을 이끌고 싶다. 특별한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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