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충실의무 확대땐 M&A 위축" 53% … 불안에 떠는 기업들

김희수 기자(heat@mk.co.kr) 2024. 6. 1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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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기업 인수·합병(M&A)을 위축시키는 등 상장사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2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M&A 추진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거나 취소하겠다는 국내 기업 비중이 절반 이상(52.9%)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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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 상장사 153곳 설문조사
"배임죄 기준 불명확" 85%
이사 사법 리스크 늘 수 있어
장기투자 줄면 밸류업 악화

◆ 상법 개정안 논란 ◆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기업 인수·합병(M&A)을 위축시키는 등 상장사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2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M&A 추진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거나 취소하겠다는 국내 기업 비중이 절반 이상(52.9%)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M&A 계획 재검토는 44.4%, 철회·취소는 8.5%로 집계됐다. 설문 대상은 국내 상장기업 153곳(코스피 75곳·코스닥 78곳)이었다. 응답 기업 중 66.1%는 국내 경제계 전반에서 M&A 논의를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이 우려하는 부분은 주주 충실의무 도입으로 이사의 책임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설문에 응한 기업 중 61.3%는 상법이 개정되면 주주의 손해배상청구소송과 배임죄 처벌 등 이사의 사법 리스크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기업은 주주 충실의무와 연관될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 기준이 모호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사로서는 주주에 대한 배임죄를 포괄적으로 피하기 위해 장기 목표의 모험적인 투자엔 찬성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회사로서는 새 먹거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급변하는 글로벌 무역 질서 속에서 기업의 미래 전략 부재는 큰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최근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대규모 영업손실과 주가 하락에 시름하고 있다.

실제로 배임죄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토로한 기업의 비중은 84.9%에 달했다. 아울러 응답 기업 중 24.8%는 명확하지 않은 배임죄 기준으로 의사 결정상 장애를 겪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경영진이 당시 상황에 적합한 결정을 내려도 이후 결과가 좋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연간 업무상 배임죄 신고 건수는 2022년 2177건 등 해마다 2000건 내외로 발생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주주 중에는 지배주주도 포함되고 비지배주주 간에도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는데,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정리할지 의문"이라며 "면밀한 검토 없이 도입하면 M&A나 신규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영의 불확실성만 가중하는 결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미 다양한 주주 보호 장치가 갖춰져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설문에 참가한 상장기업의 62.1%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감시하는 위원회를 설치했으며, 49.7%는 전자주주총회를 운영해 소액주주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또 26.1%는 법정 기준보다 높은 비중의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참여시켜 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개선했다.

밸류업 방안으로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보다 자유로운 경영 활동 보장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설문 결과 배임죄 명확화(67.6%)와 함께 합리적이고 성실한 경영판단에는 이사 등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경영판단 존중 원칙 명문화(45.9%), 밸류업 우수 기업 인센티브 도입(40.5%) 순으로 나타났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도입되면 이사진은 민형사상 소송 우려로 M&A 등 중대한 결정에 극도로 보수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관련 시장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기업들도 주주 보호를 위한 많은 제도적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규제를 강화해 경영의 불확실성을 확대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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