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좋고 분해 쉽고...브릿지 75, 직접 써보니

테크플러스 윤정환 기자 2024. 6. 1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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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니 75를 시작으로 높은 완성도를 지닌 저렴한 풀 알루미늄 키보드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과거 풀 알루미늄 키보드는 최소 20~30만원 정도 투자해야 구할 수 있는 제품이었어요. 대부분 커스텀 키보드였기에 필요한 부품을 사서 직접 조립해야 했죠. 최근 출시되는 기성 풀 알루미늄 키보드는 다 완성돼 있고 10만원 내외면 구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낮지만 품질은 좋은 편이에요. 키보드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한 번 사용해 보면 확실히 품질이 좋다는 걸 느낄 정도죠. 한 가지 단점이라면 이러한 제품은 중국에서 직접구매(직구)해야 했다는 건데요. 다행히 요즘에는 국내 정발 풀 알루미늄 키보드가 연달아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다룰 키보드는 스웨그키라는 키보드 전문 유통 업체에서 국내에 정식 출시한 ‘브릿지 75’라는 풀 알루미늄 키보드입니다. 브릿지 75를 손에 넣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4월 말 사전 주문했는데, 지난달 말에 제품을 수령했네요. 제품을 받고 약 일주일 정도 사용해 봤는데요. 브릿지 75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정리해 볼게요.

아노다이징 처리한 풀 알루미늄 하우징

국내 정식 출시된 브릿지 75는 세 가지 모델로 나뉩니다. 가장 저렴한 '스탠다드 에디션', 보편적인 ‘플러스 모델’, 자석축과 높은 폴링레이트를 지원하는 ‘HE 모델’이 있어요. 이중 제가 구매한 모델은 플러스 모델 블랙 색상입니다. 플러스 모델은 실버, 블랙, 화이트, 밀키 화이트, 핑크 색상을 지원하는데요. 이중 실버와 블랙 색상은 아노다이징 공법을 사용했어요.

아노다이징은 알루미늄 표면에 균일한 산화층을 형성하는 전기화학적 공정이에요. 겉에 하나의 층이 있어서 내구성과 내마모성이 뛰어나고, 다양한 색상을 입힐 수 있죠. 아노다이징 처리된 알루미늄은 표면이 매끈해요. 표면에 가루 형태 도료를 뿌려 색을 입히는 분체 도장과 확연히 다릅니다. 분체 도장은 표면이 우둘투둘해서 호불호가 갈리죠.

브릿지 75는 하우징(키보드 외부 껍데기)이 아노다이징 처리된 알루미늄이라 꽤 고급스러워요. 값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키보드와는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단단한 금속이기에 외부 충격에 꽤 잘 버팁니다. 무게감이 있어 타건 때도 꽤 안정적입니다. 조금 더 써봐야 알겠지만 긁힘에 얼마나 강할지 궁금해지네요.

알루미늄 재질에 장점만 있진 않아요. 무게가 상당합니다. 1.7kg 정도 나가요. 사무실에서 사용 중인 플라스틱 재질 풀배열 키보드(약 1.2kg)보다 무겁습니다. 브릿지 75 크기가 풀배열 키보드 대비 3분의 2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무거운 거죠. 이런 풀 알루미늄 키보드를 처음 접한다면 무게감에 놀랄 수 있어요.

어색하지만 어느 정도 적응한 75% 배열

국내에서 판매 중인 기성품 키보드는 대부분 풀 배열이거나 숫자패드를 제외한 텐키리스 배열입니다. 브릿지 75는 다소 생소한 75% 배열이에요. 75% 배열은 키보드 크기를 줄이기 위해, 텐키리스 배열에서 일부 키를 뺀 구조입니다. 보통 프린트 스크린, 인서트 등 기능 키를 제거합니다. 방향키는 문자열 가까이 붙어있고, 우측 시프트키는 짧습니다.

75% 배열은 휴대성과 공간 활용도가 좋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대신 키가 몇 개 빠져 있고, 몇몇 키가 상당히 가까이 붙어 있기에 적응까지 시간이 필요해요. 브릿지 75도 전형적인 75% 배열을 따르고 있는데요. 이전에 75% 배열을 써봐서, 크게 불편하진 않았습니다. 가끔 숫자패드가 그리울 때도 있지만요.

분해가 쉬운 볼 캐치 구조

브릿지 75는 볼 캐치(Ball Catch) 구조를 채택해 상판 분해가 쉽습니다. 볼 캐치 구조란 이름처럼 금속 구체를 이용해, 물체를 고정하고 푸는 장치를 뜻해요. 브릿지 75 상판 내부를 보면 총 네 개의 볼 캐치 부품이 있어요. 각 부품을 자세히 보면 두 개의 금속구가 간격을 두고 마주 보고 있습니다. 하판에는 금속구 사이에 맞물리는 금속 구조물이 있죠.

브릿지 75 상판 내부 볼 캐치 구조물
브릿지 75 하판 내부 볼 캐치 구조물

상판과 하판을 결합하면, 하판의 구조물이 상판의 구체 사이에 끼게 되면서 고정됩니다.뺄 때는 손으로 힘을 줘서 들어 올리면 돼요. 일반적으로 키보드는 상판과 하판을 나사로 고정해요. 그래서 상판을 떼어내려면 드라이버가 필수죠. 커스텀 키보드 쪽에 관심이 많다면 분해가 편한 볼 캐치 구조는 큰 장점이에요.

상판을 제거한 브릿지 75 내부

전형적인 가스켓+폼떡 구조

브릿지 75는 요즘 유행하는 키보드 구조를 충실히 따르고 있어요. 최근 인기를 끄는 키보드는 '가스켓 구조'에 '폼떡 빌드'를 사용하는데요. 폼떡이란 내부에 흡음재를 가득 채운 구조를 의미합니다. 키보드 마니아들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죠. 브릿지 75 역시 두 요소를 모두 갖췄습니다. 가스켓 구조란 고무처럼 탄성 있는 소재로 만들어진 가스켓이라는 부품으로 보강판, 기판 등 내부 부품을 하우징에 결합하는 방식입니다.

브릿지 75 가스켓

가스켓 구조를 사용하는 이유는 타건감 때문입니다. 가스켓이 타건 시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해, 부드러운 타건감을 만들어 줘요. 통울림과 같은 잡음도 줄일 수 있죠. 보통 키보드는 나사로 내부 부품을 하우징에 고정하는데요. 나사가 있는 부위와 없는 곳 구조가 달라 타건음이 일정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어요. 이와 달리 가스켓 구조는 균일한 타건감을 만들어 줍니다.

보강판과 기판 사이에 다양한 흡음재를 가득 넣은 구조를 폼떡 빌드라고 합니다. 보강판이란 키보드 스위치를 고정하는 판이에요. 기판은 인쇄회로기판(PCB)의 줄임말인데요. 키보드 작동에 필요한 중요한 부품이 기판 위에 설치돼 있습니다. 폼떡 빌드는 흡음재가 타건 시 발생하는 충격이나 진동을 흡수해, 부드럽고 단단한 타건음을 만들어줍니다.

브릿지 75 내부 구성 / 출처: 스웨그키
옆에서 본 브릿지 75. 흡음재가 가득 차있다.

브릿지 75의 경우 FR4 소재 보강판과 기판 사이에 포론, IPXE 폼, PET 필름 등 흡음재가 들어있어요. 기판 아래에는 EPDM 소재 하부 흡음재가 또 하나 있죠.

단단하고 정갈한 타건음

공주축 / 출처: 스웨그키

브릿지 75는 MMD 프린세스 스위치를 탑재했습니다. 국내에서는 ‘공주축’이라는 명칭으로 더 많이 불려요. 공주축은 키를 눌렀을 때 걸림이 느껴지지 않는 리니어 방식 스위치인데요. 흔히 알려진 적축과 비슷한 방식이라고 보면 돼요. 대신 스위치를 눌렀을 때 나는 소리는 적축과 완전히 달라요. 키를 다 눌렀을 때 바닥을 치는 ‘딱’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적축은 귀에 꽂히는 ‘딱’ 소리가 나지 않아요.

공주축은 가스켓 구조와 폼떡 빌드와 합쳐져 단단하고 정갈한 타건음을 들려줍니다. 통울림이나 잡음 없이 ‘도각도각’, ‘다닥다닥’ 맑은 소리를 냅니다. 첨부한 영상을 보면 어떤 느낌인지 바로 알 수 있을 겁니다. 기성 키보드에 사용되는 체리 스위치와는 소리가 많이 달라요.

키 매핑·핫스왑...기본 편의기능도 갖췄다

브릿지 75 비아 웹 소프트웨어 화면

브릿지 75는 커스텀 키보드 필수 기능인 비아(Via) 키 매핑을 지원합니다. 비아는 웹 사이트 형태 키 매핑 소프트웨어인데요. 이곳에서 키에 원하는 기능을 자유롭게 할당할 수 있어요. 브릿지 75의 경우 75% 배열이라 부족한 키가 많은데요. 비아에서 Fn 키와 특정 키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빠진 키의 기능을 충당할 수 있습니다.

저는 Fn 키와 P 키를 같이 누르면 프린트스크린 기능이 작동하도록 해놨어요. 또 Fn+페이지 업·다운 키에 볼륨 조절 기능을 할당했습니다. 빠진 키를 비아 키 매핑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그런지, 금방 75% 배열에 적응한 것 같아요. 만약 이러한 기능이 없었다면 사무용으로는 절대 75% 배열을 사용하지 못했을 겁니다. 여전히 풀 배열을 고수했겠죠.

커스텀 키보드의 기본은 스위치 교체입니다. 스위치마다 타건음이 다르기에, 새로운 느낌을 찾기 위해 스위치를 교체하는 경우가 많죠. 브릿지 75는 핫스왑을 지원해, 스위치를 간단하게 갈아 끼울 수 있어요. 핫스왑이란 스위치를 쉽게 뺐다 꽂을 수 있는 설계를 뜻해요. 핫스왑을 지원하는 키보드는 전용 도구로 키캡을 잡고 힘을 주면 쏙 빠집니다.

연결 방식도 다양합니다. 브릿지 75는 유선, 무선 모두 사용 가능해요. 무선은 블루투스, 2.4GHz 무선 동글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무선 모드로 사용하려면 배터리가 필요한데요. 브릿지 75 플러스 모델은 배터리 용량이 8000mAh에 달합니다. 자주 충전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아쉽지만 지연 시간을 알 수 없어요. 이를 제대로 명시해놓지 않았거든요.

요즘 기계식 키보드를 찾는 분들이 많이 늘었는데요. 브릿지 75는 기존 기성 기계식 키보드에 질린 분들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될 것 같아요. 풀 알루미늄 하우징에 최근 유행하는 구조를 갖춘 키보드니까요. 볼 캐치 구조로 분해가 쉽다는 장점도 있고요. 단, 적극 추천은 아닙니다. 찾아보면 합리적인 가격대에 이와 비슷한 구성을 지닌 키보드도 꽤 있거든요.

테크플러스 윤정환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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