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채상병 어머니 편지에 "아비의 심정으로...지위고하 막론 일벌백계"
지난해 폭우에 따른 실종자 수색 작업 중 숨진 해병대 채모 상병의 어머니가 편지를 통해 아들의 사망 원인을 조속히 규명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것과 관련,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철저하게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도록 촉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12일 채상병의 어머니의 편지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이에 대한 답장 형식의 글을 출입기자들에게 공개했다. 그는 먼저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기 이전에 같은 시대에 아들을 키우는 아비로서 감히 어머니께 비견할 수 없겠지만 채 상병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참아온 심경을 조금이나마 표현해야 살 것 같다는 눈물로 쓰신 편지를 읽고 다음 일정에 잠시 양해를 구하고 이렇게라도 어머니께 제 진심을 전하고자 자리에 앉았다"고 적었다.
추 원내대표는 채상병 어머니와 가족, 지인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어머니께서 생때같은 아들을 하늘의 별로 마음에 담아 눈물로 지내온 나날이 한 해가 다 돼가는데 저희가 할 일을 다 하지 못해 어머니께서 이렇게 서신을 보내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씀주신 것처럼 밝혀져야 될 부분은 마땅히 밝혀져야 하고 혐의가 있는 지휘관들은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백번 공감한다"며 "철저하게 원인과 책임을 규명해 다음달 19일 이전 사건의 조사가 종결될 수 있도록 강력히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또 "잘못이 있는 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토록 하겠다"며 "늦었지만 이제 어머니께서 다른 걱정은 모두 내려놓고 아드님과의 소중한 시간만을 추억하며 온전히 그리워만 하실 수 있도록 채상병의 명예를 지키는 데 더 이상의 지체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단장은 지금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상황"이라며 "법원의 결과가 나온 뒤 대통령의 권한과 범위에서 판단하고 결정하실 수 있도록 건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정치를 하는 사람의 말이 어머니께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 다만 두 아이를 둔 아비의 심정으로 채상병의 명복을 빌며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채상병은 지난해 7월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라는 지시를 받고 물에 들어갔다가 순직한 20대 병사다. 채상병 어머니는 지난 11일 군과 정부에 '고 채○○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편지를 보냈다. 채상병 순직 1주기 전에 사고 원인 규명과 경찰 조사 등이 마무리되길 바란다는 내용이다.
채상병 어머니는 "저는 늦은 나이에 결혼해 전북 남원과 서울 신사동에 있는 산부인과를 왕복 8시간 다니며 어렵게 가져 2003년 1월에 저희 아들을 출산했다"며 "어렵게 얻은 아이라 더 없이 행복했고 모든 게 새롭고 세상이 달라 보였다. 그런 우리 아들이 하늘의 별이 돼 저희는 모든 것이 무너졌고 멈춰 버렸다"고 썼다.
그는 "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었던 건 수사가 잘 될거라는 마음으로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며 "그런데 (수사가) 지지부진하고 아직도 제자리 걸음인 것 같아 용기를 내 지금까지의 심정을 적어본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날 물 속에 투입을 시키지 않아야 될 상황인데 투입을 지시했을 때 구명조끼는 왜 입히지 않은 채 실종자 수색을 하라고 지시했는지 지금도 의문이고 꼭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며 "지금도 돌이켜 보면 끝까지 해병대 간다고 했을 때 말리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고 했다.
채상병 어머니는 "정말 보고싶고 체취를 느끼고 싶고 식탁에 앉아 대면하며 대화를 나누고 싶은 데 모든 게 허망하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돼 버렸다"며 "아직도 저희 아들이 이 세상 어딘가 숨을 쉬고 있는 것만 같아 미친 사람처럼 살고 있고 저희는 죽은 힘을 다해 하루하루 사는 게 아니라 버티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관계자 분들 저희 아들은 너무 억울하게 꿈도 펼쳐보지 못하고 별이 됐는데 진실이 올해 초에는 밝혀질거라 생각했다"며 "아직도 진전이 없고 밝혀져야 될 부분은 마땅히 밝혀져 혐의가 있는 지휘관들은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채상병 어머니는 "누군가의 지시로 유속이 빠른 흙탕물 속에 들어가라는 지시로 저희 아들이 희생됐으니 진실과 한 점 의혹없이 빠른 경찰수사가 종결되도록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며 "그 진실이 밝혀져야 제가 살아갈 수 있고 저희 아들한테 현충원에 가면 할 말이 있고 잘 했다는 말을 듣지 않을까요"라고 요청했다.
이어 "저희에겐 하나 뿐인 외동 아들이고 이 슬픔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도 모른다"며 "지금이라도 현관문을 열고 활짝 웃으며 들어올 것만 같은 아들, 사랑스런 아들, 너무 그립고 보고싶다"고 했다.
채상병 어머니는 "모든 삶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고통 속에 사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셨다면 저희 입장을 헤아려 주시고 수사관계자분들이 투명하게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속도를 내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국방부 장관님 등 관계당국에 감히 호소드린다. 저희 아들 사망 사고를 조사하시다 고통을 받고 계신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님의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회복시켜주시고 과감하게 선처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또 "저희와 약속했던 재발방지 대책을 신속히 수립하셔서 다시는 우리 장병들에게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주시고, 아들이 좋아했던 해병대로 다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며 "저희 아들 1주기 전에 경찰 수사가 종결되고 진상이 규명돼 이후에는 우리 아이만 추모하면서 남은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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