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악 못한 단층서 발생···"한반도 규모 6 이상 강진 언제든 가능"

진동영 기자 2024. 6. 1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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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서 첫 규모 4.0 이상 지진
올해 가장 큰 규모·역대 16번째
전국 300여건 신고 인명피해 無
진앙 인근 함열단층 원인 가능성
"잦고 경미한 지진 위험신호" 해석
수도권기상청 지진 담당관이 12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전북 부안에서 발생한 4.8 규모의 지진 관련 정보를 설명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서울경제]

“아침 교통지도 중 ‘꽝’ 하는 소리가 울린 후 몇 초간 땅이 흔들리고 큰 울림이 느껴졌습니다. 학생·교사들이 대피했지만 한 차례 여진이 있어 조기 귀가 조치를 취했습니다.”(임용태 부안여고 교감)

12일 오전 전북 부안군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역 일대에서 300건 이상의 신고가 접수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지진은 오전 8시 26분 49초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점에서 발생했다. 지진 규모는 기상청 계기 관측이 이뤄진 1978년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열여섯 번째로 컸다. 역대 최대 규모는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시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이다. 한반도 내륙으로 한정하면 북한에서 발생한 1건을 포함해 역대 일곱 번째로 강했다.

전북으로 한정하면 역대 최대 규모다. 1978년 이후 전북에서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난 건 처음이다. 진앙 반경 50㎞ 내 지방자치단체에는 긴급 재난 문자가 발송됐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지진 위기 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전북뿐 아니라 서울과 부산·광주·대전·강원 등 전국적으로 300건 이상의 진동을 느꼈다는 유감 신고가 접수됐다. 지진 발생 지역인 부안(8개교)과 익산·정읍·전주·군산·대전(각 1개교) 등의 학교 건물에서 일부 균열이 확인됐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원자력발전소와 이동통신 등에도 영향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진 발생 후 오후 2시까지 규모 3.1의 지진을 비롯해 약 15차례의 여진이 발생했다.

12일 오전 전북 부안군에서 발생한 4.8 규모의 지진으로 보안면에 있는 한 창고 벽면이 깨져 있다. 사진 제공=전북소방본부

◇안전지대인줄 알았는데···호남 발생 왜=전문가들은 지금껏 전북을 비롯한 호남 지역의 지진 발생 빈도가 적고 피해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던 건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호남 지역도 언제든 강진이 발생할 수 있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한반도는 사실 대부분 지역에서 지진 발생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북 지역의 지진이 이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한반도 내륙에서는 속리산 일원이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지진이 일어난 부안은 속리산의 서쪽 끝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인근 지역에서 지금껏 진도 2 안팎의 지진은 종종 발생하고 있었다는 점 또한 위험 신호였다는 해석이다. 홍 교수는 “작은 지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은 해당 지역에 단층이 있었다는 의미”라며 “단층에 응력이 쌓이면 큰 지진이 되기 때문에 작은 지진이 났다는 것은 안전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큰 지진이 날 수 있는 여력이 처음부터 있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진의 원인이 된 단층에 대해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이 조사하고 있다. 기상청은 “현재로서는 해당 지역에 정보가 파악된 단층이 없다”고 했지만 지역 일대의 단층 조사가 아직 정밀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최진혁 지질자원연구원 지질재해연구본부장은 “이번 지진 위치에 발달하고 있는 함열 단층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두 가지 정도 가능성을 파악하고 있는데 여진 분석 등을 거쳐 2~3일 뒤에 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함열 단층은 충남 부여에서 전북 부안 변산반도까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층이다.

◇“4.0 이상 강진 언제든 발생···내진 대비해야”=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데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두 동의하고 있다. 규모 4.0 안팎의 중형급 지진뿐 아니라 6.0 이상의 대형 지진이 언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만큼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는 단층 조사를 철저히 하고 건물의 내진 설계 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근영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상황대응팀장은 “우리나라는 지진 발생 주기가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해 길 뿐이지 역사 기록을 보면 주기적으로 지진이 나타나는 지역”이라며 “규모 6.0 이상의 지진도 주기의 차이일 뿐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초등학생들이 12일 경기 오산시 경기도국민안전체험관에서 지진 발생 시 대피 요령을 배우고 있다. 뉴스1

정부는 2016년 9월 12일 발생한 경주 지진 이후 전국적인 단층 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1단계로 실시한 한반도 동남권 지역의 단층 조사 결과가 발표됐고 현재 수도권과 영남권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강원권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전라권은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단층 조사가 완료돼도 지진 발생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구체적인 지진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질학계 전문가는 “단층이 있다고 꼭 지진이 나는 것도 아니고 과거에 특정 간격으로 지진이 발생한 기록이 있다면 이것을 통해 언제쯤 발생하지 않겠냐는 예상을 할 뿐”이라며 “실질적으로는 내진 설계를 강화해 지진에 대비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진 위험에 대비해 내진 설계 관련 법령들을 계속 강화·보완하고 있다. 하지만 신축 건물과 달리 기존 건물들은 내진 설계를 강제하기 어려운 탓에 유사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지진이 난 전북의 경우 지난해 6월 기준 건축물 내진율은 13.6%에 불과했다. 홍 교수는 “지진을 유발할 단층 조사를 지속적으로 할 뿐 아니라 내진 설계 기준 강화 등 정부 차원의 대응도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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